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사뿐한 몸짓과 애절한 표정이 살아있는 예술, 한국무용이 온라인 공연으로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찾아왔다. 오는 13일(월)까지 서울대학교 무용부 유튜브 채널 ‘서울대학교무용부’에서 제3회 무용부 봄 공연 〈고민하는 청춘들에게〉가 상영된다. 체육교육과 한국무용 전공 학생 9명이 참여한 이번 공연의 주제는 20대 청춘들의 삶과 고민이다. 코로나19와 취업난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고, 춤을 통해 서로 소통해 보자는 취지다. 무용부원들은 지난 4월, 무용부 공식 SNS를 통해 ‘여러분의 고민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러 답변 중에서 이들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드는 것이 두렵다’는 두 가지 답변을 추렸고, 이는 〈Ego〉, 〈윤회〉, 〈Loop〉, 〈Obliviate〉이라는 네 가지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성승정(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석사과정·19) 씨는 “어려운 시기에 예술의 역할은 위로하는 것”이라며 “청춘의 고민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위로를 전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표”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직관적인 동작과 표현

공연은 보랏빛 조명이 만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작품 〈Ego〉는 목표를 잃은 청춘들이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여기서 두 무용수는 무대의 중심과 주변부를 오가며 때때로 방황하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괴로워한다. 이런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어두운 밤하늘 속 길 잃은 별 같은 청춘의 불안한 현실을 나타낸다.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함을 표현한 두 번째 작품 〈윤회〉에서는 무용수들이 긴 품과 넓은 소매를 지닌 승무복 장삼을 입고 등장한다. 판소리의 발림을 연상케 하는 느리고 절제된 발짓과 나풀거리는 장삼은 작품의 불교적 분위기를 강화한다. 회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을 통해 윤회는 삶과 죽음의 거대한 순환 원리를 뜻하는 불교적 개념에서 청춘들의 삶 내에서 반복되는 짧은 주기의 무기력한 반복으로 재해석된다. 관객이 공연을 보며 ‘왜 저 방향으로, 저런 자세로 돌지?’라고 질문을 던질 때,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윤회라는 개념으로 확장해 상상한다. 성승정 연출가는 “이처럼 무용은 몸의 움직임과 표정을 통해 언어를 초월하는 전달력을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호흡을 연결하며 하늘과 땅의 조화를 꾀하다

공연의 또 다른 핵심은 호흡의 연결성이다. 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망각의 주문을 모티브로 한 〈Obliviate〉는 청춘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고 미래로 나아가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돌림노래처럼 한 무용수가 먼저 동작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차례차례 동작을 받아 이어간다. 나의 호흡과 다른 사람의 호흡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런 호흡의 연결은 하나의 작품 내에서뿐만 아니라 작품 간에도 적용된다. 네 작품이 각각의 주제를 가진 서로 다른 작품이면서도 하나의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무용부 대표 이소은(체육교육과·18) 씨는 “무용수와 같이 호흡하며 동작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한국무용의 조화를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 내내 같은 호흡이 단조롭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은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다양한 호흡과 분위기의 반전을 보여준다. 〈Obliviate〉에서 좋지 않은 기억에 괴로워하던 무용수들은 들려오는 망각의 주문에 반응하며 점점 환희에 찬 표정으로 가볍고 빠르게 춤을 춘다. 이렇듯 한 작품 안에서도 의상과 조명의 변화, 음악의 강약을 통해 춤은 생동감 있게 변화한다. 덕분에 관객은 지루할 틈 없이 공연에 빨려 들어간다.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카메라의 눈을 따라

무용부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였다. 3차원 공간의 무대에서는 관객이 자신의 눈이 가는 대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2차원의 영상에서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의해 관객의 시선이 제한됐다. 이소은 씨는 “이번 공연에서는 주제의 표현과 움직임뿐만 아니라 촬영을 했을 때 어떻게 보일지도 고려해야 했다”라며 “그에 맞춰 동작과 동선을 여러 번 수정하기도 했다”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도 있었다. 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무용수들의 동작을 보여주고,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더욱 풍부한 감정을 담아낸 것이다. 또한 촬영 구도와 기법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자아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른이 되고 아이의 천진난만한 삶을 다시 그리워하는 청춘들의 슬픔을 담아낸 작품 〈Loop〉에서는 ‘speechless’라는 가사에 맞춰 무용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가 팔을 떨굴 때, 카메라가 손짓을 따라가며 역동성을 더했다. 성승정 연출가는 “영상 감독과 함께 동작과 상황에 맞는 촬영 기법을 고심했다”라며 “첫 상영회임에도 나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민하는 청춘들에게〉에는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무용부의 노력이 담겨 있다. 무용부원 권유진(체육교육과·19) 씨는 “한국무용이지만 서양의 음악이나 영화 OST를 가져와 동화적인 분위기를 담아내는 색다른 시도를 해 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SNS를 통한 마케팅, 비전공생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무용 작업을 해 나갈 계획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당신, 공연 〈고민하는 청춘들에게〉를 통해 아름다운 춤의 세계에서 잠시 쉬어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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