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치러진 교육부 종합 감사에서 연세대를 비롯한 다수의 사립학교 내 비리가 밝혀진 가운데, 18일(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사학개혁 왜 어려운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의 좌장은 박상임 전 사학혁신위원회 위원장이 맡았고 법무법인 율림의 하주희 변호사, 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 교육부 신익현 고등교육정책관, 대학노조 김병국 정책실장,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방정균 대변인,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황법량 회원, 교수노조 조권익 사무처장, 김경한 교수(중부대 레저스포츠학과)가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라며 사립학교 개혁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립학교 개혁의 현주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약 80%가 사립학교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사립학교의 공공성과 투명성은 사회적 눈높이를 총족하지 못하고 있다. 황희란 연구원은 토론회에서 “최근의 감사 결과 다수의 사립학교 비리가 발견됐다”라며 “횡령·유용 등 재정·회계 비리가 비일비재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얼마 전 중부대학교에서는 김경한 교수의 폭로로 산학협력단에서 저지른 회계 비리와 인사 비리가 내부고발자 신원 유출 문제와 함께 불거지며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경한 교수는 “재단 설립자의 조의금으로 공금이 사용되는 등의 여러 비리가 있었기에 이를 제보했지만 신원이 유출돼 큰 피해를 봤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립학교법’(사학법)을 개정함으로써 사립학교의 문제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은 오랜 시간 계속돼 왔다. 하주희 변호사는 “1963년 박정희 정부는 회계 비리 등을 일신하기 위해 교원의 신원 보호, 공정성 확보를 골자로 하는 사학법을 제정했다”라며 “이후 사학법은 갖은 개정을 거치며 변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 사회는 사립학교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라며 “사학법은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행정기관의 지도 감독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명확하지 않은 임시이사의 권한, 사립학교의 정상화를 막다

하지만 사립학교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사학법 제 25조에 의거해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해 관할청에서 파견되는 임시이사의 권한이 불충분하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2007년 대법원은 비상시에 업무를 수행하는 임시이사의 권한을 평상 업무를 수행하는 정식이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임시이사의 실질적인 업무 수행을 어렵게 만든 바 있다. 하주희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임시이사를 파견한 감독 기관마저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임시이사들의 권한 행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방정균 대변인 역시 “2007년 이후 교육부에서도 임시이사의 권한을 축소해 임시이사들이 각 대학의 재정적·행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하 변호사가 지적한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임시이사의 권한을 보장할 수 있는 여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방정균 대변인은 “과도한 법 해석으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이 정상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 운영의 정상화라는 최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라며 교육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하주희 변호사 역시 “법적으로 임시이사의 권한을 제대로 보장해 본래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사립학교가 빠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사립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마련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정작 사립학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분위는 문제가 발생한 사립학교 법인에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파견하거나 사립학교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사립학교의 공공성과 자주성을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사분위는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대법원장 추천 5인 총 11인으로 구성되고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중 호선된 1인이 사분위의 위원장을 맡는다.
이에 사분위의 구성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주희 변호사는 “심의기구가 구성되는 데 대법원장의 추천이 정부나 국회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교육과는 관련 없는 법조계의 인사들이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추천인 수를 조정하고 위원장 역시 대법원장의 추천이 배제된 호선을 통해서만 선임하도록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정균 대변인 역시 “법조인의 역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현재 이들이 사분위 구성에서 과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법원장의 추천을 3인으로 줄이고, 나머지 2인은 교육단체 등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는 집단에서 추천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자”라고 제안했다.  

사립학교가 고등교육에서 담당하는 중추적인 역할만큼이나 국민들은 사립학교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진리를 추구하는 상아탑이어야 할 사립학교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각종 비리의 얼룩으로 흐려지지 않고 제 빛을 온전히 내뿜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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