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4학년 125명 국시 거부

본과 3학년 수업 및 실습 불참, 헌혈 릴레이

의료계에 힘 실어주고자

동맹 휴학 여부는 이르면 24일에 결정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정책(Δ의대정원 증원 Δ공공의대 신설 Δ한방 첩약 건강보험 적용 Δ비대면 진료 육성)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의 뜻을 밝히며 지난 14일 1차 총 파업을 진행한 가운데, 서울대 의대 본과 3, 4학년 학생들도 지난주부터 학년 대표단을 중심으로 학년별 단체행동에 나섰다. 의학과 본과 4학년 학생 125명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요구하며 의사국가시험(의사고시) 응시를 취소했으며, 본과 3학년 학생들도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Δ실습 및 수업 참여 거부 Δ릴레이 시위 ΔSNS 캠페인을 전개했다


의사고시 응시를 취소한 본과 4학년 학생은 전체 150명 중 80%가 넘는 125명이다.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 대표단은 “향후 면허를 취득하고 의료계에서 역할을 해 나갈 미래 의료인으로서 우리나라 의료와 의학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부에서 제시한 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의사고시는 1년에 1회 치러진다. 따라서 시험 응시를 취소한 125명은 최소 1년 이상 커리어가 미뤄지며 해당 기간 동안 의학 교육 및 의료 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본과 4학년 대표단은 “이 같은 불이익을 각오한 결정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입장도 고려하는 건설적인 대화의 예를 보여주는 활동을 구상 중”이라며 추후 계획을 밝혔다. 이어서 그들은 “잠시 멈춰 있는 동안 주변을 돌아보고, 바른 의료에 대해 고민하며 지금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시기로 기억될 수 있도록 알찬 시간을 보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본과 3학년 학생들도 Δ실습 및 수업 참여 거부 Δ릴레이 시위 ΔSNS 캠페인을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본과 3학년 대표단은 “서울대 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도 예비 의료인으로서 현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고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싣고자 단체행동을 진행하게 됐다”라며 참여의 이유를 알렸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대 의대 정문과 서울대병원 앞에서 총 71명이 30분씩 돌아가며 1인 시위를 진행했으며, 19일부터 21일까지는 병동 실습 및 수업 참여를 거부를 이어갔다. SNS에서는 학생들이 헌혈을 한 후 인증사진을 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헌혈 릴레이가 진행됐다. 기부된 헌혈증은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전달될 예정이다. 단체행동은 본과 3학년 투표가능인원 151명 중 124명이 참여, 94명이 찬성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과 3학년 대표단은 “본과 3학년의 경우 처음으로 병원에 나가 임상을 경험해 보는 학년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라면서 “그럼에도 단체행동을 통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의료 정책 및 결정 과정의 문제점과 의료계의 뜻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는 의료계에 힘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지난 20일부터 학생들에게 휴학 신청서를 받고 있으며, 참여율을 고려해 이르면 24일 즈음에 전국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필립 씨(의학과·16)는 “의학과 3학년은 통년제이기에 (휴학을 한다면) 1학기의 학점을 따로 인정받을 수 없고, 정신없이 달려왔던 지난 6개월 간의 여정이 모두 없던 일이 된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라면서도 “정책의 부당함, 정부의 태도, 행동하지 않았을 때 보이는 미래가 나를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으며, 4학년 학생들의 국시 거부와 전공의의 무기한 파업은 이런 결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