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 자유전공학부 15학번 박지수 씨

19일(수)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졸업을 앞둔 박지수 씨(자유전공학부·15)를 만났다. 장마가 그친 후의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박지수 씨는 그 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싱그러운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의 대학 생활을 ‘열심히 살았다’라는 말로 요약한 그는 재학 중 자유전공학부 부학생회장직을 역임하며 학생사회에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또한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봉사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기업 ‘(주)가치교육컨설팅’에서 근무하는 등 대학 생활 내내 학외에 존재하는 사회 문제에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박지수 씨는 “졸업으로 학교라는 울타리의 보호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당장은 두려운 마음이 크지만, 더 많은 자유가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해요”라고 운을 뗐다. 

음악과 인문학의 조합, '음악미학'

박지수 씨는 ‘학생설계전공’ 제도를 활용해 수리과학과 함께 ‘음악미학’을 복수전공했다. 학생설계전공은 기존에 존재하는 전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해 자신만의 전공을 만드는 제도다. 음악미학을 전공한 이유를 묻자 그는 “평소에도 음악학에 관심이 많았어요”라며 “음악학의 뿌리인 ‘예술’이라는 주제를 철학적 방법을 통해 학문화하는 것이 목표였죠”라고 설명했다. 박지수 씨는 주로 음대 수업과 미학과 수업을 함께 수강하며 두 학문을 접합시킴으로써 음악미학이라는 학문을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생활 동안 특히 음악과 수학의 연관성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 음악가가 음악 속에 녹여낸 수학적 요소를 탐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음악미학만이 갖는 매력에 대해 “듣는 시간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시간예술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는 점이 참 흥미로워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학문 분야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만큼, 박지수 씨가 학생설계전공으로 음악미학을 공부하는 과정은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그는 “자유전공학부 내에서 소수의 학생만 설계전공을 선택해요. 그러다보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같아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았죠”라고 말했다. 혼자 수업을 듣고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함께 공부할 동료가 없다는 생각이 그를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났고, 스스로 공부하고 싶었던 학문이라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무엇이든 늘 도전정신을 갖고 임해 온 대학 생활에서 그가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확신과 믿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회와 함께 걸어 온 대학 생활

박지수 씨는 자유전공학부 부학생회장을 맡으며 대학 생활 중 많은 부분을 학생회와 함께했다. 고등학생일 때부터 학생회에 대한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대학생이 되면 반드시 학생회에서 일하리라 다짐했고, 입학 후 망설임 없이 학생회에 지원했다. 그는 “사실 제가 소심한 성격이어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학생회에 들어가기도 했어요”라고 부연하며 “그렇게 오래 활동하다 보니 어쩌다 부학생회장직까지 맡게 됐네요”라고 쑥스럽게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로 시작한 학생회 활동이었지만, 점차 ‘봉사활동’에 가까워지는 학생회 일을 누가, 어떤 이유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그를 따라왔다. 그는 “학생회를 통해 현실과 이상, 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라며 “대학 생활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각자 다른 전공으로 흩어지게 돼서 학생들이 단합력을 갖고 학생회 활동에 임하기 쉽지 않다. 이에 박지수 씨는 “자유전공학부에도 소속돼 있고 각자의 전공에도 소속돼 있는 이중적인 상황에서 학생들이 자유전공학부라는 정체성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학생회 차원에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만들어 왔다. 아울러 서로 다른 전공으로 진입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노력해 오기도 했다. 그는 “학생회에 소속된 ‘전공교육국’에서 같은 전공에 속하는 학생들을 모은 톡방을 만들었어요. 전공 진입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전공위키’라는 백서를 정리하기도 했죠”라고 자신의 학생회 활동을 소개했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박지수 씨는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통일’과 ‘평화’라는 큰 주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픈 마음을 키워 왔다. 그는 이전부터 꾸준히 해 온 교육 봉사활동에서 만난 친구에게 처음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권유받았다. 우연한 기회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이전과는 달리 ‘통일’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의제였음을 알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북한 출신 대학생들과의 만나면서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북한의 모습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자신이 그동안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거듭 깨닫게 됐다. 그는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것은 통일 이후의 상황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거에요”라며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안건을 자유롭게 꺼내는 것이 사회에서 더욱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박지수 씨는 스타트업에서 교육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든 일도 대학 생활에서 의미 있었던 경험으로 꼽았다. 그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사회적 기업 (주)가치교육컨설팅은 게임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회사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일하며 게임을 통해 협력의 가치를 가르칠 방법을 고민했다. 수리과학을 전공한 그는 특히 게임 룰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여 주도적으로 보드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례로 그가 만든 ‘낯선 이의 투자’라는 게임은 학생들이 보드게임을 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가치교육컨설팅에서 근무한 경험에 대해 그는 “아직 대학생이고 어리기 때문에 나이가 많으신 분들 앞에 서서 회의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전반적 회계 관리도 하고 사업계획서도 쓰는 경험을 쌓아 이후 학생회 활동에서 더 현명하게 일을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박지수 씨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이 큰 행운이기도 하지만, 화살로 날아오기도 하는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라며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보다 '나'라는 사람을 더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재밌게 보냈으면 좋겠어요"라는 후배들을 향한 응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우선은 대학원에 진학해 이공계열 공부를 이어나갈 계획이지만 음악미학을 계속 연구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두고 있다. 학부생 시절 내내 쉼없이 달려온 박지수 씨에게 그만큼 밝은 앞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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