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이용환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이용환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지난달 21일,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132동)에서 이용환 교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이 교수는 40여 년간 통신 연구를 진행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팩스 머신, 서울시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 등을 개발했고,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연구에 힘써 왔다. 그의 연구실은 여느 연구실처럼 책과 문서가 가득했지만, 그중에서도 굵은 붓터치로 강렬한 색채를 표현한 커다란 그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저 그림처럼 강렬하게 살고 싶다”라며 “퇴임은 많은 일 중 하나의 큰일을 마무리하는 것일 뿐, 앞으로도 회사 운영을 비롯해 IoT 관련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송수신기술연구실 지도교수로 유·무선 통신 시스템 송수신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어떤 연구인가?

A. 유·무선 통신이 간섭 현상 없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연구와 IoT 연구를 진행했다. IoT는 모든 사물에 아이디를 부여해서 관리자가 인터넷을 통해 어디에서나 사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IoT가 보편화되면 삶이 안전해지고 편리해진다. 나의 위치를 항상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oT를 활용하면 사물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해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이 연구실에는 전등 두 개에 같은 세기의 빛이 들어온다. 눈의 피로를 덜고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창문에 가까운 전등은 불빛을 약하게, 복도 쪽 전등은 불빛을 강하게 해야 한다. IoT를 도입하면, 센서를 붙여서 전등 두 개의 불빛을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밖이 어두워짐에 따라 불이 점점 밝아지게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병원 입원실과 마트 등에서 서로 다른 불빛을 사용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하거나, 소비 심리를 촉진하기도 한다. 현재는 IoT가 상용화되지 못해 젊은 세대도 이것이 어떤 기술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퇴임 후에도 IoT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힘쓸 것이다.

Q. IoT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

A. 기존에 우리나라는 소위 ‘찍어내는 사업’, 즉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3차 산업, 4차 산업에 힘써야 할 때다. IoT는 이런 변화의 가장 기저에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IoT 기술은 병원, 사무실, 농업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미국에서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연구를 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인부가 줄어서 원격 작동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땅속에 IoT 센서를 달아 기계가 물을 줘야 할 때를 스스로 파악해 작동하면, 인부가 줄더라도 농작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간 연결은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면서 이미 가능해졌다. 이제는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시대다. 따라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엔지니어의 성장 기반을 조성하고, 엔지니어링을 활성화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내 목표다.

Q. 학생들과 미래의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힘든 것과 하기 싫은 것을 구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학생들이 쉬운 일만 하려고 하고, 일하다가 힘들면 자신이 이 일이랑 안 맞나 보다 생각하고 다른 일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이 하지 않으려 하는 힘든 일을 묵묵히 하며,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자기 가치도 높아지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한 분야에 완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정도 연구해야 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도전할 만한 과제를 찾고, 이를 오랫동안 연마해서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이용환 교수는 하나의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일념지차(一念之差), 남보다 반보만큼 앞서가라는 영선반보(領先半步),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을 하라는 공자의 정명(正名) 등의 문구를 연구실에 적어 놓고 늘 본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다 보면 기회가 저절로 생기니, 어려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끈기를 가져라”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원숙한 학자임에도 열심히 연구를 지속해 가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통신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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