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정진엽 교수(의학과)
정진엽 교수(의학과)

비가 추적하게 내리는 날이었음에도 분당서울대병원은 문전성시였다. 혼잡한 교통과 밀려드는 인파를 뚫고 나서야 본관(1동)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정진엽 교수(의학과)의 연구실은 병동과 같은 층인 6층에 있었다. 와이셔츠를 입고 근무하던 그는 사진을 찍는다는 기자의 말에 의사 가운을 챙겨 입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Q. 2015년부터 약 2년간 제52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보건 쪽과 복지 쪽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보건 쪽으로는 건강보험 부과 체계를 더 합리적으로 바꾼 것이 기억에 남는다. 건강보험 부과 체계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 지난 17년 동안 개정해야 한다는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개정을 하진 못하고 있었다.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국회의원들은 “건강보험 개정해야 하는데 왜 안 하냐”라고 야단치기도 했다. 그것을 개편한 이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도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법제사법위원장에게 “국민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라는 말도 들었다. 

복지 쪽으로는 “찾아가는 복지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했던 게 기억난다. 이전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직접 주민센터나 동사무소를 찾아가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에 복지 사각지대가 많이 발생했다. 그것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주민센터 직원이 직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뿐만 아니라 휴게 공간 및 직원 상담 시스템을 마련하고 부족한 인력을 증강하는 등 보건복지부 직원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Q. 5년 동안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병원장으로 근무하며 어떤 일을 했나?

A. 병원에 들어오다 보면 신축 건물이 보일 것이다. 그 건물이 원장 재직 시절에 병원 공간 확장을 목적으로 2013년에 개관한 신관이다. 이전엔 본관에 공간이 부족해서 난리였는데, 신관이 개원되면서 숨통도 트이고 환자도 편해졌다. 그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의료정보시스템도 만들었다. 전산으로 모든 병원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전산 환경이 많이 바뀌니 그 환경에 맞추지 못할까 불안해서 고심 끝에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해외로도 수출되고, 국내 대학병원 몇 군데도 쓸 정도로 아주 잘 만든 시스템이다. 

Q. 원격의료가 공공의료에 필요하다며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코로나 국면인 만큼 원격의료가 더욱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자면?

A. 우리나라에는 △산간 △도서 △군부대와 같이 의료 사각지대가 많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은 병원에 직접 방문하기가 매우 어렵다. 병원에 도착한다고 해도 바로 진료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초진부터 원격의료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병원에 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재진부터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계속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환자를 병원으로 오게 하는 등 장점이 많다. 

대형병원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하면 1차 병원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물론 원격의료 전산망을 다루는 기업은 대기업이 맞지만, 원격의료 기기를 만드는 회사는 주로 중소기업이다. 또한 1차 병원에서만 원격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통과시키려 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보니 원격의료 기반도 매우 잘 갖춰져 있는 편이고, 그 시스템을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자잘한 반대에 부딪혀 원격의료를 실제로 시행하지는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진엽 교수는 의료인을 꿈꾸는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후배들이 너무 의학 공부에만 매진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소 좁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후배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때로는 사회에 기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