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 미대 학생회장 조소과ㆍ00

지난 3월 8일, 김민수 교수가 기나긴 천막생활을 접고 강단으로 돌아온 첫 날, 미대 교정 한켠에서는 그가 논문을 통해 친일 행위를 고발했던 장발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의 아호를 딴 ‘우석홀’의 개관식이 열렸다. 그동안의 사태를 지켜 본 미대 학생으로서 김민수 교수가 본연의 자리인 연구실과 강단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어떠한 개선책도 내놓지 않은 채 더 큰 실망감만 주었다. 김민수 교수가 복직 후 첫 강의를 하는 날, ‘친일교수’의 호를 붙인 전시공간을 개관한 것은 서울대 미대 안에서 친일 논란을 더 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

지금 세간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과거사 청산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충의사 현판을 떼어 낸 사건의 파장이 만만찮다. 또한 16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이후 과거사 청산 요구가 증폭돼 광화문 현판 교체 여론이 일어났고, 행주산성 충장사 현판 철거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세상이 친일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지금, 서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장발 교수의 업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피 흘리고 고통받고 있을 때, 그가 민족을 도외시하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며 조선미술가협회의 평의원으로 활동해 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대 미대는 민족과 시대를 벗어난 순수 예술이 존재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채, 은덕을 내세워 기득권 지키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우리의 역사의식 부재를 반성하고 눈과 귀를 열고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서울대 내에서 친일문제에 대한 토론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관심을 쏟아야 한다.

많은 이들의 참여가 김 교수의 복직을 이뤄낸 것처럼, 대학이 더욱 민주화되고 나은 방향으로 개혁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 대학본부는 김민수 교수 문제를 계기로 그가 제기했던 미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학술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밝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