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우호 교수(의학과)
김우호 교수(의학과)

지난달 31일 연건캠퍼스 연구관(2동)에서 정년퇴임을 앞둔 김우호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김우호 교수는 위암 관련 연구 생산성·영향력 지수에서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연구 성과를 냈을 만큼 위암 분야의 권위자다. 그럼에도 그는 “누군가 밝혔을 것을 내가 먼저 알아냈을 뿐, 나의 연구들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Q. 병리 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A. 병리학은 기본적으로 병의 원인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병리학이라는 학문을 기반으로 병리 의사는 환자의 신체 조직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에 병리 의사는 수술을 직접 집도하기보다는 환자가 어떤 질병에 걸렸고, 수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대해 집도의와 논의한다. 따라서 병리 의사는 일종의 컨설턴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병리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숨어있는 암세포를 찾아내 증상이 없던 사람들이 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암세포를 초기에 찾아내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낙심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Q.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로 20년간 재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가 있다면?

A. 2000년에 내가 개발한 조직 미세배열(tissue microarray)*관련 기술은 통상의 방법에 비해 연구 기간과 비용을 100배 가량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조직 미세배열을 이용해 암을 연구할 때 필요한 물질을 일반적인 의대 실험실에서 직접 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매우 섬세한 손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연구팀은 해당 연구법 개발 이후 조직 미세배열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뿐 아니라, 조직 미세배열 관련 물질 제작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이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물론 퇴임한 뒤에도 연구팀과 해당 물질을 제작하고 연구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새로 개발되는 첨단 연구 기법을 조직 미세배열을 이용한 암 연구법에 접목하는 일에도 도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딥러닝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바탕으로 첨단 연구 기법을 잘 정착시키면 조직 미세배열에 대한 연구가 인공지능과도 접목되면서 병리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리라 생각한다.

Q. 위암 환자 10명 중 1명이 50세 이하일 정도로 최근 젊은 위암 환자 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위암의 가장 주요한 발생 원인은 헬리코박터균이며, 헬리코박터균 관련 치료와 예방이 위암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의 위암 발생률 증가 추세는 실제 위암 환자 수의 증가라기보다는 조기 진단에 의한 발견율 상승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냉장고의 보급으로 사람들이 절인 음식보다는 신선하고 짜지 않은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돼 위암 발생률 자체는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암 분야를 연구하는 후학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나?

A. 코끼리를 직접 본 사람과 코끼리를 보지 않았거나 대강 본 사람의 코끼리에 대한 이해의 폭 차이는 상당히 클 것이다. 암 분야도 그렇다. 병리학 교수의 입장에서 볼 때,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은 암에 대한 이해가 부실하기 때문에 얼토당토않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잘못된 연구를 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암에 대해 많이 공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암을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암세포를 눈으로 직접 보며 공부한 경험을 토대로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기본을 망각한다면 훌륭한 연구 기법을 사용했을지라도 쓸모없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우호 교수는 “한국의 모든 대학이 학문의 정진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서울대 구성원에게 “어느 경쟁 속에서도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라는 격려의 말을 덧붙였다.

*조직 미세배열(tissue microarray): 개개 조직이 삽입됐으며 반응성이 약한 파라핀의 각 구획이 유전자 미세배열 모양으로 배치된 것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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