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오명석 교수(인류학과)
오명석 교수(인류학과)

지난달 20일 사회대(16동) 4층 연구실에서 오명석 교수(인류학과)를 만났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그가 오랜 시간 걸어 온 발자취를 보여주는 듯한 수많은 서적이 눈에 띄었다. 오 교수는 경제인류학을 연구했으며, 동남아시아와 이슬람 지역 연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한국동남아연구소 연구소장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지식정보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활동을 했다.

Q. 경제인류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A. 간단히 말해 경제인류학은 경제 현상을 인류학적인 관점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때 인류학적인 관점에는 ‘비교론적 관점’과 ‘총체론적 관점’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비교론적 관점은 현대 시장 경제를 보편적이고 유일한 경제 체제로 보지 않고, 다른 경제 유형을 통해 상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현대 사회에 지배적인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매우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때 비교론적 관점은 그런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시장 경제와 다른 형태의 경제 제도와 체제가 다수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재분배적 교환 메커니즘을 채택한 사회도 있었고, 공유 원리에 의해 조직되는 경제 유형도 있었다. 따라서 비교론적 관점을 택한 인류학자들은 이를 통해 현대 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꾀한다.

이에 반해 총체론적 관점은 경제 현상을 상호의존적인 사회 현상의 일부로 이해한다. 전통 경제학이 시장 경제를 독자적,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체제로 본 것과 달리, 총체론적 관점은 경제를 정치, 종교, 윤리 등과 긴밀하게 연결된 유기적 사회 현상의 일부로 바라본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경제는 사회에 묻혀 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경제인류학의 총체론적 관점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경제인류학은 여러 인류학적 관점을 통해 경제 제도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서 탈피하고 그것을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Q. 인류학자로서 동남아시아와 이슬람 지역 연구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이유가 있나?

A. 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 인류학계에서 타 문화에 대한 연구가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고, 그나마 존재하던 지식도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에 한정돼 있었다. 그렇기에 당시 한국이 관심 갖지 않았던 동남아시아라는 새로운 지역을 연구하고 싶었다. 더불어 90년대 초반 이후로 ‘세계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동남아시아처럼 학계가 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의 인류학 지식이 더욱 요구되고 있었던 측면도 연구 분야 선택에 영향을 줬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를 연구하다가 최근에는 이슬람 지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슬람교는 아시아 사회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교여서 이슬람 문화는 아시아 전체의 교류와 역사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창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아시아권에 미치는 이슬람의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이슬람 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저조하다. 앞으로 학계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Q. 인류학계와 더불어 사회과학계를 이끌어나갈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사회과학연구원장을 하면서 융합적 학문과 관련된 다양한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해 강연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의 전공에 집중하느라 다른 학문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학생들의 현실을 이해한다. 하지만 학문 연구의 창의성은 학제적 연구에서 발생하며 더욱이 현실은 학문이 서로의 경계에 따라 나뉘듯 분절돼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 타 학문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그런 풍토를 마련해 가려는 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오명석 교수는 “교수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인류학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을 부탁하는 오 교수의 모습에서 학문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졌다.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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