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현(원자핵공학과 학사졸업)
손성현(원자핵공학과 학사졸업)

‘항해’와 ‘표류’의 차이를 아시나요? 중학생 시절, 친구 따라갔던 교회에서 들었던 질문입니다. 15세의 당돌했던 저는 손을 번쩍 들고, “항해는 목적지가 있고, 표류는 목적지가 없는 것입니다”라 대답해 상품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서울대학교 학우 여러분께도 같은 질문을 드린다면, 막힘 없이 답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답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울대학교라는 보트를 타고 인생이란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밥 한 끼 먹자고 하는 후배들을 만날 때면, 약간의 정적과 함께 대화 주제가 떨어져갈 즈음이 있습니다. 그 어색함을 넘기기 위해서, 이따금 이렇게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래서, 너는 서울대학교에서 어떤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니?”라고 말이죠. 다양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학생회도 하고, 선거에도 참여하며 ‘인싸’가 되고 싶다는 후배도 있었고, 미팅을 많이 나가며 연애를 하고 싶다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소홀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나는 왜 3년 반 만에 학부를 졸업하고자 했을까’, ‘이런저런 활동을 했는데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졸업할 자격이 되는가’까지, 수많은 고민을 어느 순간부터 졸업신청서를 낸 다음까지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학부 생활을 곱씹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런 고민은 졸업 직전에 돼서 더 커졌는데, 비단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학부 동문 모두, 언젠가는 각자만의 아쉬움을 가지고 학교를 떠나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마음보단 아련한 마음이, 힘들었다는 생각보단 뿌듯한 마음이 더 드는 졸업을 위해서는 내가 어떤 대학 생활을 하려 하는가, 끝없이 되물어야 할 것입니다. 저처럼, 뚜렷한 의식 없이 눈앞의 목표점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오기만 한 동문이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소위 ‘학연동’ 이라 불리는 이른바 대학 생활의 중요 3요소 학(학점)·연(연애)·동(동아리)만 잘 챙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정말로 내가 어떤 꿈과 열정을 가졌는지를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혼란이 오는 시기는 누구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선택해서 들어온 전공이 내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철없는 고민도 하고,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고 있는지 불신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방향키를 놓쳤다고 해서 목적지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망망대해의 보트 위에 있다고 해도, 망원경으로도, 나침반으로도 내 목적지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될 대로 되겠지’라는 마음만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더 멋진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저도 방향키를 놓쳤을 때가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휴학을 하는 것처럼 각자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권태로움을 해소하고, 다시금 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곤 하죠. 하지만 저의 경우, 여행이나 휴학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학교를 떠나는 것은 돌아왔을 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에, 학교 안에서 새로움을 찾았습니다. 내 전공, 내가 생각하는 진로와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되는 활동에서 얻는 에너지를 통해, 다시금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곳만 바라보며 달리기보단,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내 인생의 목적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생활을 보내며 경험한 것들에 대한 나름의 소회를 적어보았는데요, 제가 누군가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은 단연 아니기에, 그저 한 사람의 일기처럼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학교라는 보트를 타고 인생이란 바다 위에 함께 하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들의 열정과 꿈을 응원합니다. 여러분들보다 대학 생활을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할 수도 없는 저지만, 그렇기에 여러분의 아쉬움과 불안함에 누구보다 더 공감합니다. 하지만 저도 잘 끝내고, 꿈을 향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합니다. 계속해서 나에 대해 되묻고, 대답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 보면, 목적지를 찾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청춘과 꿈을 응원합니다! 즐거운 대학 생활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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