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모 의대 의학박사ㆍ05년 졸업

14년간의 긴 서울대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님과 관악을 방문했다. 날씨가 쌀쌀했고, 사림이 많이 붐벼 주차하기조차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손자, 손녀들 입학식 때나 다시 가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관악캠퍼스이니 꼭 참석하자”는 부모님의 말씀에 오랜 만의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

체육관에 마련된 졸업식장의 손님석은 졸업생들의 가족과 친지들로 가득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졸업식이 끝나고 손님 좌석에 있던 가족들이 졸업식장으로 내려와 가족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할 무렵, 2005학년도 입학식 준비를 해야 하니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빨리 퇴장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입학식 예정일까지는 4일이나 남아있었는데, 입학식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축하받고, 축하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황급히 내쫓는 것인가? 토요일, 일요일은 쉬어야 하고, 28일은 월요일이지만 징검다리 연휴를 위해 월차휴가를 내고 쉬어야 하기 때문인가?

1시간 정도라도 기념사진을 촬영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는 졸업식. 학위 수여식의 잔잔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쫓겨나야 하는 졸업식장에 졸업생들과 가족들에게 제발 참석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또 요즘 학생들은 졸업식도 참석 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물론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노부모를 모시고 와 기념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하버드대의 경우 의대 광장 지하를 파서 각종 실험실과 주차장을 만드는 작업을 했었는데, 졸업식이 다가오자 모든 공사를 중지하고 일단 파놓은 땅을 임시로 덮은 뒤 그 위에 잔디까지 입혔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학교에 쾌척한 것은 불문가지이다.

서울대 폐지론이 득세하고 있는 때에 졸업을 축하받는 대신 졸업식장에서 조차 쫓겨나는 것이 바로 서울대를 졸업한 죄 값을 치르는 것이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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