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장주 교수(재료공학부)
김장주 교수(재료공학부)

지난달 22일 공대(33동)의 연구실에서 김장주 교수(재료공학부)를 만났다. 그는 세계에서 효율이 가장 높은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를 개발하며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연구자다. 1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하는 김장주 교수에게 그간의 소회를 들어 봤다. 

Q. 2003년부터 약 18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지금까지의 교수 생활을 한 단어나 문구로 표현한다면?

A. ‘행복’이다. 교수의 연구 작업이라는 것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지식을 깨닫게 될 때, 나아가 자연을 더 깊게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아주 행복하다. 연구한 논문의 게재가 승인될 때 또한 기분이 좋다.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논문 게재를 승인받지 못할 때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더라.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 나간다는 것은 사람에게 상당히 중요한데, 나는 학교에서 이를 이룰 기회가 많아서 행복했다.

Q. 국내 OLED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분야 연구에 매진하게 된 동기가 따로 있나?

A. 특별히 대단한 직관이 있어서 OLED 연구에 매진한 것은 아니었다. 박사 학위를 미국에서 취득하고 한국에 들어온 후 전자통신연구소에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한 학회에 갔다. 훗날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사람이 그 학회에서 OLED에 관한 발표를 했는데, 그때 그것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여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었다. 그 이전에도 레이저 다이오드를 만드는 실험실에 있었기 때문에 빛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OLED 연구를 하면 ‘빛’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되는데, 빛이 어둠을 대치하는 속성을 지녔다는 점이 나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도 상당히 중요했었다. OLED는 지금까지 수명과 효율이 개선되면서 널리 상용화됐다. 이 덕에 OLED 연구는 계속 연구비가 지원되는 분야에 속했다. 나는 이런 분야에 운이 좋게 있었을 뿐이다.

Q. 향후 서울대 공과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A.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서울대 공대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가는 데 인력을 공급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의 위치에 오르는 데 공대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면, 서울대 공대 출신이 회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명성에 비하면 창업하는 사람이 적은 셈이다. 이를 서울대 공대 졸업생들이 바꿔야 하지 않겠나 싶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해서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졸업 후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모험을 마다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보다 창업할 때의 위험 부담도 적고 지원도 많다.

Q. 후학들에게 인생에 관한 조언을 한마디 한다면?

A. 쉽고 편안한 길만 가려고 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서울대 졸업생들에 의해 국가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너무 쉬운 길만 찾아가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중에 후손 세대에 피해가 될 수 있다. 도전적이고 역동적으로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데 구성원들이 편안한 길만 찾으려 한다면 도태될 수 있다.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전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삶이 보람차고 즐거울 것이다. 주어진 길만을 따라간다면 삶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김장주 교수는 교수로서의 삶이 “고난이 아닌 즐거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똑똑한 학생들과 평생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라면서 “바로 이런 점이 서울대 교수로서의 생활이 즐거웠던 이유”라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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