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부산시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당했다. 부산 사하구의 식당에서 여성 식당 주인과 종업원에게 술자리 동석과 음주 강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혐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정치권에 성추행 고발이 일어난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자체적으로 성폭력을 견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직사회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충분하지 못했다. 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된 모든 공무원이 반드시 성인지 교육을 받게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1개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 공무원 성범죄 징계 현황’을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성범죄로 징계받은 공무원 총 1,158명 중 절반 이상이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에도 가해자 13명이 모두 중징계를 받았지만, 그중 6명은 아직 재직 중이었다.

이와 같은 공직사회의 경직성은 직급별 성별 비율과도 관련이 있다. 21대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의 19%로 여전히 국회의원 대부분이 중장년층 이상의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 2019년 국회 각 의원실의 여성 보좌진 비율도 마찬가지다. 2019년 8월 1일 기준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비서의 여성 비율은 63.3%지만 4급 보좌관은 전체에서 8.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조직문화의 특성상 비서진이나 하위직급의 직원은 상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거나 폭로하기 쉽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공직은 진입이 어렵고 근속연수가 길고 이동범위가 넓지 않아 인맥과 평판이 업무와 승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직사회는 성희롱 은폐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다. 

이제는 정치권과 공직사회 내부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조직의 장이 가해자일 경우 이를 감찰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매뉴얼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 경우 2018년 비상설특위로 격하돼 활동이 중단된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특위로 부활시키고 독립성을 강화해 성폭력을 저지른 국회의원에 대한 심사와 징계를 철저하게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조직 내 성폭력을 고발할 수 있는 신고체계를 확립하고 피해자를 2차 가해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다. 궁극적으로 정치권과 고위 공직사회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함으로써 폐쇄적인 정치권 및 고위공직자 사회의 전반적 문화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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