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지근억 교수(식품영양학과)
지근억 교수(식품영양학과)

국내 최고의 유산균 전문가 지근억 교수(식품영양학과)는 30년 이상 프로바이오틱스 분야를 연구했고 세계적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 교수는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는 ‘(주)비피도’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그동안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정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Q. 프로바이오틱스 부문을 주로 연구했다. 

A.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 증진을 위해 섭취하는 미생물을 가리키는 용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 조절에 도움을 준다. 장내에는 성인 기준 약 1kg에 달하는, 수백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인체에서 발병하는 질환의 90%가 이런 장내 세균과 관련돼 있다. 장내 세균은 장 건강뿐 아니라 아토피, 염증, 노화, 비만, 암, 우울증 등 다양한 체내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병원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같은 국외 병원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가 각종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나는 비피더스균 등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해 건강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 

Q. 장내 세균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장내 세균은 체내에서 장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서 ‘장 마이크로바이움’*이라고도 불린다. 장내 세균이 치료제로 개발되며 빌 게이츠가 장내 세균을 21세기 차세대 핵심 부가가치 산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나는 어릴 적 궁핍한 시절을 겪으며 영양결핍에 시달렸고, 장 트러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을 앓으며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건강이 매우 나빴다. 이후 미국 루이지애나대 미생물학과 박사과정을 밟던 중 원서를 읽으며 사람 장내에 있는 세균에 대해 처음 접했고,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다. 1984년 당시에는 장내 세균이 아직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미개척 분야였기에 더욱 이 분야를 평생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Q. (주)비피도를 창업하던 당시의 과정은 어땠나?

A. 1989년 한림대에 교수로 부임하자마자 한국인의 장내 세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체에 유익한 비피더스균을 개발했다. 이후 관련 사업에 대한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한림대 이상주 총장이 한림대 1호 벤처로 창업할 것을 제안하면서 창업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이에 한림대에서 벤처 창업의 기반을 확립하고 1998년 9월 서울대 교수로 이직하면서 실제로 창업을 하게 됐다. 이후 (주)비피도는 ‘지근억비피더스’라는 자체 개발 상품 판매를 시작으로 미래 유망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노력 끝에 창업 시 4명이었던 임직원의 수는 현재 80명으로 증가했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인생은 찰나의 시간에 불과하기에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일상을 최소화하고, 삶의 에너지를 즐겼으면 좋겠다. 항상 겸손하길 바란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 겸손한 마음은 행복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과 불리해 보였던 일들도 언젠가 성공과 감사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나 또한 가난이 주는 혼돈에서 비롯된 부족함 덕분에 풍요와 건강의 소중함을 얻게 돼 크게 감사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끝으로 지근억 교수는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구 개발을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퇴임 후에도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몰구하며 사람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마이크로바이움(microbiome):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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