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이상민(에너지자원공학과·17)
이상민(에너지자원공학과·17)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시기입니다. 좋은 소식보다 슬픈 소식이 우리 곁을 좀 더 많이 맴도는 탓에 조금은 우울해지는 시기입니다. 감정과 행동이 살짝은 위축된 채 조심스러워지는 하루하루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해진 일상이 됐음을 인지하며, 우리는 아직도 어두운 안개 속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약간의 긴장과 희망을 품으며 우리는 한 발자욱, 한 발자욱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웠던 몇 달 전과는 달리, 이제 새로이 하나둘씩 자리가 잡혀가는 느낌입니다. 세상은 그동안 없었던 또 다른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조금은 변한 향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유례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학위 수여식도 그 과정의 일환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어떤 길을 걷든 우리는 고난과 역경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비바람을 견디며 꽃망울을 피워 내고 푸르른 녹음이 우거지는 과정이 그러하듯, 결실을 만들어 내는 모든 순간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서울대학교 정문을 밟게 된 그 순간까지도, 나날이 학교를 드나들며 열정을 불사르던 하루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감히 온전히 헤아리진 못하겠지만, 오늘 서울대학교를 떠나는 당신도 졸업까지의 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고난을 마주쳤을 거라고, 또 그를 멋있게 딛고 일어섰을 거라 생각합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동안의 땀과 고통은 그에 걸맞은 성취를, 또 오늘의 졸업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서서 되돌아보면 당신의 오늘은 더 찬란히 빛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이루어 낸 당신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기에 짙은 마음으로 축복합니다. 지난 몇 년간 수없이 거닐었던 그 거리, 수없이 드나들었던 그 건물, 수없이 오르내렸던 순환 셔틀, 그런 수많은 추억이 서린 서울대학교에서의 모든 추억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행복과 슬픔이 양립하던 조금은 역설적인 시간이었을 수 있겠지만, 돌아보면 아름다운 순간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내딛었던 모든 발자국과, 당신이 딛고 일어섰던 모든 역경과, 당신이 지었던 웃음과 눈물 모두는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은 그저, 남은 우리의 몫입니다. 같은 곳에서 함께했던 서로의 이름은 서로가 빛내 주기 마련입니다. 당신의 몸은 관악을 떠나 있겠지만, 그동안의 숨결과 발자국이 묻어 있는 캠퍼스는 또 누군가의 추억으로 덧입혀질 것입니다. 오늘 지는 해가 내일 다시 뜰 것을 아는 것처럼, 올해 지는 꽃이 다시 필 것을 아는 것처럼, 만남보다 아름다운 이별엔 당신의 향기로움이 깃들어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들었던 당신을 떠나보내는 남은 이들은 당신의 존재로 인해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을 기억하며,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당신의 발자취를 등대 삼아 또 다른 발자국을 남길 것입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길은 지금보다 조금 거칠고 어려운 길일지도 모릅니다. 막막할 수도, 허탈할 수도, 두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전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그렇기에 조금은 혼란스러운 시대라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지난 몇 년간 서울대학교에서 쌓아왔던 많은 시간들은 당신이 나아가는 모든 순간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품고 오늘보다도 더 행복한 내일을 향해 나아갈 당신의 새로운 발자국을 응원합니다.

그렇게, 지금보다 더 먼 곳에 있을 내일은 당신이 어제 소망했던 모습과 닮아 있기를 소망합니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태양 같은 사람이, 은은한 광휘를 내뿜는 달빛 같은 사람이, 밤하늘을 수놓는 별 같은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함께 누릴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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