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진, “뒤에서 지지하고 있겠다”vs“정원 증원 찬성 입장도 충분히 들어봐야”

본과 4학년 제외 83% 휴학계 제출

의대 교수진, 학생들 지지

일부 구성원 반대 의견 보여

학사 일정은 변동 없을 것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집단 휴학에 나섰다.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가고시(의사고시) 취소와 본과 3학년의 수업 및 실습 거부에 이어(인터넷 『대학신문』 8월 23일 자), 전 학년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대 학생회 ‘채움’에 따르면 본과 4학년을 제외한 전체 학생 중 83%(28일 기준)가 휴학계를 제출했다. 의대 교수들은 26일(수) 의견서를 내고 “학생들의 단체 행동을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휴학계는 행정절차에 따라 수용되며, 학사일정에는 큰 변동이 없을 예정이다.

동맹 휴학 참여 학생 수는 25일 집계된 학생회 조사 결과에 비해 30%p 가량 증가했다. 동기들의 휴학 참여 여부, 정부-의료계 간 협상 양상 등을 보며 휴학의사를 표명하는 학생이 점차 증가하면서 28일 즈음에 참여율이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과의 경우 참여율이 30% 수준에 머물다 사흘 만에 80% 이상으로 오르기도 했다.

학생들은 휴학 결정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동맹 휴학에 참여한 A씨(의학과)는 “가정 환경 때문에 휴학이 어려운 이들도 있을 것이고, 본 동맹휴학에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휴학하지 않는 사람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배려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씨(의학과·18)는 “정부 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전원 다 반대하는 분위기였지만, 휴학에 있어서는 조금 조심스러운 학생들도 많았다”라며 “휴학 자체가 급한 결정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됐고, 휴학 이후의 활동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휴학에 참여하지 않는 C씨(의예과·20)는 “휴학은 부정적 여론을 부추기는 비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라며 “휴학이 최선의 방법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의대 학생회에서는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동맹 휴학 이슈에 관심 있는 의대 학생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학내 몇몇 교수들은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학생들의 단체 행동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의학과)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계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의료계가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라면서도 “지금의 상황은 지난 10~20년 간 의사협회가 정부와 합리적인 대화를 하려 노력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의대 정원 증원을 찬성하는 입장도 충분히 들어보려 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학생으로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권순만 교수(보건대학원)는 “의료 정책은 이익집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시민의 참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의료계가 주장하고 있는 의정 협의체도 결국 국민의 참여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자기 권익만을 지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학생들의 단체행동이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26일 오전 임시주임교수 회의를 열어 학생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많은 학생이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국시를 취소한 것에 대해 스승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며 “의대생, 전공의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이들의 집단행동은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의대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시주임교수 회의에 참석했던 의대 신찬수 학장은 “의사 수 절대 부족 및 지방 의료 확대 등 정부의 상황인식은 공감한다”라면서도 “의사 양성의 주체는 의과대학인데 정부가 의사 증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의과대학 측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이 하루빨리 전격적으로 타결되길 바라는 것이 교수들의 마음”이라며 “학생들의 단체행동을 교수가 뒤에서 지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찬수 학장은 앞으로의 의대 학사 일정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이 휴학하는 것이 아니고, 휴학계를 낸 학생들도 제적을 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사일정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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