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끼어든 우리 삶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크게 변하고 말았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 집을 나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눈에 밟히다니, 헛웃음이 난다. 한 달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워 이제 일상이란 말에 익숙함의 뜻은 담기지 않는 듯하다. 뚜렷하게 기대할 수 있는 내일 없이 오늘을 편안히 살아내기란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도 세상은 나아간다. 우리 학교에서도 많은 이들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간다. 『대학신문』 2008호는 이들의 커튼콜이다. 제74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1면 헤드라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전례없는 온라인 수여식이 됐지만, 졸업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이리라. 『대학신문』을 통해 ‘졸업생’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선배들의 얼굴을 글로써 만날 수 있다. 좋은 글에는 그 사람이 들어 있다. 선배들의 글에서 이 학교에서 보낸 멋진 시간들이 배어난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학교를 떠날 때 정말 뿌듯하지 않을까. 새삼 얼마나 멋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지 떠올리게 된다.

7면부터 이어지는 정년교수님들의 인터뷰도 그렇다. 한평생을 학문에 헌신한 삶은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 말씀 속에서 그 삶에 쌓인 지혜가 엿보인다. 학자는 넓디넓은 학문의 세계에서 하나의 특별한 주제를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한 가지는 모두를 꿰뚫어보는 열쇠가 된다. 면접 때 긴장을 풀기 위해 “교수님들도 사람이야!”라고 되뇌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아무래도 보통 사람은 아니신 듯싶다. 떠나는 이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말은 무게가 있다. 우리가 앞으로 밟을 길에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깔려있다. 우리에 앞서 삶을 경험한 이들이 바로 선생이시다. 

여러 교수님의 인터뷰에서 책임감에 대한 말씀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인으로서의 책임이란 무엇일까? 학문에 대한 열정. 사회에의 공헌. 분명 서울대인들이 잘해야 하고, 잘하는 일이다. 그런데 2면을 펴면 무언가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2면은 눈에 띄게 시끄럽다. 지금까지 듣지 않았다는 것에 부끄러운, 그런 시끄러움이다. 공직 사회의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지적, 서어서문학과 일부 교수자들의 횡령, 의대 학생들의 동맹 휴학. 하나같이 묵직하고 날카롭다. 대학이 학문의 상아탑이라고들 하지만 학생 사회는 또한 전체 사회와 맞닿은 공동체다. 대학신문은 서울대인이기에 앞서 공동체의 일원에게 주어진 책임을 상기하게 한다.

『대학신문』은 훌륭한 언론이다. 민감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며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의 책임을 다한다. 그 다음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우리의 생각은 이 사회를 더 시끄럽게, 다시 말해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학신문』은 우리의 목소리를 찾기에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내 졸업은 어떤 모습일지가 늘 궁금했지만,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우리 삶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사람 보는 일이 참 어려운 와중에 『대학신문』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우리 모두 참 멋진 사람들이다. 좋은 신문을 만들어 주시는 『대학신문』에 늘 감사드린다.

임재현

철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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