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 하루 전, 페이스북 1년 전 추억으로 서어서문과 A교수의 해임을 알렸던 ‘A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게시물 알람이 울렸다. 얼마나 기뻤던지 눈물이 흐르던 일 년 전 그 날이 기억났다. 그리고는 절망과 좌절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이 떠올라 다시 좌절에 빠졌다. 사회학과 H교수가 징계위원회 재심의에서마저도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을 때 서울대 학생사회가 집단적으로 겪었던 그 좌절감, 그걸 또다시 느끼게 될까 두렵다. 

‘B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구성된 지 한 달 만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로 개칭했다. 지도학생에게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를 저질렀던 음악대학 B교수에 이어, 또 다른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른 음대 C교수 사건이 언론을 통해 폭로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서울대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폭력 가해가 또 폭로된다면 음대특위는 이름을 ‘서울대 교수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학교 안에서는 음대특위 외부연대팀장을, 또 학교 밖에서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해결을 위한 대학가 공동대응’에서 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온갖 대학들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접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제대로 해결된 사건이 몇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인천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 양정이 감경돼, 이번 학기부터 피해 학생이 다니는 건물에서 다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번 서울대 음대 B, C교수 사건도 그냥 그렇게 끝나버릴까 봐 두렵다. 밤마다 B, C교수가 가벼운 징계를 받고 학교로 다시 돌아오면 어쩌나, 그래서 우리가 H교수 때의 좌절을 또다시 겪어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에 휩싸인다. 그때의 침울했던 캠퍼스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운동인데 말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대학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을 때, 내게 이제는 목소리라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은 피해였고 당신은 교수가 아니라 범죄자”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니셜이 언론에 몇 번 오르더니 어느새 연구실로, 강의실로, 강단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는, 더 이상 ‘시끄럽게 떠드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그 교수들이, 그 범죄자들이 정말로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봐야만 하겠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미래가, 앞길이 철저히 막혀버리는 모습을 봐야만 하겠다. 그리고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편에 서는 대학을 이제는 제발, 봐야만 하겠다. 

얼마 전 다녀온 한 세미나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시스템이 피해자를 위해 작동됨을 알리고, 피해자에게는 조직과 사회에 대한 신뢰하에 자신의 피해를 발화할 수 있도록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 대학이 가해 교수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편에 서고, 우리 대학의 시스템이 피해자를 위해 작동하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D, E, F, G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그러니까 제발, 음대 B교수와 C교수는 파면 좀 해주세요.

 

홍류서연

사회학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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