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코로나19 백신 개발자 송대섭 교수를 만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2월, 아직 그 정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인류에 막대한 위협을 줄 수 있어 연구개발을 가속화해야 하는 미지의 질병군을 ‘질병X’로 명명해 ‘2018 연구개발 청사진’에 포함시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등장으로 WHO에서 예견했던 ‘질병X’가 현실화되면서 약학계는 이에 맞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이끌고 있는 송대섭 교수(고려대 약학과)는 인수공통 감염병 연구의 권위자로서 2004년 돼지의 유행성 설사 바이러스의 백신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2015년 국내에 메르스(MERS)가 등장했을 때 세계 최초로 메르스 진단키트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대학신문』은 송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백신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코로나19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강한 전염력을 갖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A. 코로나19의 전염력이 유독 강한 이유는 바이러스 전파의 시작이었던 박쥐의 특이한 면역계에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바이러스가 사멸하거나 동물이 죽으면서 끝나지만 박쥐의 경우 면역계가 항상 활성화돼 있고 체온이 높아 바이러스와 공생이 가능하다. 그로 인해 유난히 강한 전염력을 보유한 바이러스가 박쥐의 체내에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까지 전염되는 형태로 변이한 것이다. 아울러 자연에서 넘어온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면역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코로나19가 인간 사회에 빠르게 전파될 수밖에 없었다.

 

Q. 언론에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염력과 치사율이 높아졌다는 보도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실제로 코로나19의 돌연변이가 등장한 것으로 봐야 하나?

A. 언론에서 나오는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6배 높아졌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니며, 단순한 현상학적 분석에 불과하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이 높기는 하나 실제로 더욱 강한 전염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등장했는지는 입증된 바 없다. 또한 바이러스의 치사율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의 치사율이 15%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지만 이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공의료가 붕괴돼 나온 수치였다. 환자 수가 국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사망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며 치사율이 치솟은 것이다.

 

Q. 지난달 11일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러시아 백신은 성급했다. 처음으로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던 러시아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임상시험* 3상을 거치지 않고 2상까지만 진행한 백신을 내놓았다. 백신은 의약품 중 유일하게 건강한 사람을 위한 것이며 완벽한 안전성을 지녀야 하지만, 러시아의 백신은 그것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백신이 이용될 경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고양이 복막염 백신을 맞은 후 오히려 더 많은 고양이가 사망한 적이 있다. 이렇듯 임상시험 1상을 통과해도 2상, 3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속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Q.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어느 정도 개발됐는가? 또한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이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A.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170여 개의 팀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팀이 임상시험 1상과 2상을 통과했으며, 3상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코로나19 백신은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이다. 곧 시판돼 쓰이는 백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백신이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후속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계속해서 이를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또한 백신이 개발된다면 당연히 자국 이기주의가 생길 것이고, 우리나라에 백신이 없을 경우 국제 사회에서 힘의 논리에 휘말려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백신은 반드시 개발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여타 선진국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다행히 2009년 신종플루 발생 이후 보건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계 유수의 백신 회사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고 코로나19 백신도 산학기관이 협력해 적극적인 지원하에 개발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속도가 느려 보인다면 이는 우리가 세세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으며 백신을 개발하기에 생긴 ‘착시효과’ 때문이라 덧붙이고 싶다.

 

Q. 그동안 치료제가 등장해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백신은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개발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 이런 점이 우려되지는 않나?

A. 2002년 사스(SARS)나 2010년 메르스(MERS)가 창궐했을 때만 해도 그런 논리가 실제로 성립했다.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바이러스가 그 전에 이미 종식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2,000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아직도 감염자 수는 최고치를 달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방역’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잘 통제되는 것처럼 비춰지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신규 확진자는 계속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현재 우리는 커다란 상승곡선의 일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수요는 사스나, 메르스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 될 것이다.

 

Q. 백신을 개발했을 때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백신이 소용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 않나?

A. 사람들이 항체를 보유하게 되면 바이러스의 변이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백신이 개발된 다음 주나, 다음 달에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 발생은 필연적이나, 백신은 다음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기간을 책임질 수 있다. 또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9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그동안의 사례를 분석해 봤을 때 아직까지는 개발 중인 백신을 크게 벗어나는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관찰된 적이 없다. 

 

Q.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나도 코로나19의 종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바이러스들과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와 비교해 치명률은 높지 않을지 몰라도 코로나19는 훨씬 더 끈질기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예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완전한 예방보다는 완화와 경감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일례로 홍역 백신을 맞아 인체의 바이러스 방어율이 93~97%까지 올라가면 인간은 홍역에 더 이상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백신을 맞았을 때 인간이 10일간 입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기간을 5일로 줄여주고, 중환자를 경증 환자로 바꿀 수 있으며, 경증 환자를 무증상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스터릴라이징 이뮤니티’(sterilizing immunity), 즉 멸균 불가능한 백신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돼도 마치 감기나 독감처럼 인류는 코로나19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된 후 어떤 동물에서도 이것이 완전히 박멸된 적이 없다. 우리는 이제 비대면 문화가 자연스럽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이 된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전 세계의 연구실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백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속도전에 급박해지기보다는 철저하게 검증된 백신이 나오길 기대한다. 

 

*임상시험: 신약 사용을 위한 필수적인 시험과정이다. 총 1상, 2상, 3상의 3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험 대상의 수와 시험 기간이 늘어난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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