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강사(경제학부)
박승호 강사(경제학부)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잘해야 내년 말에나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새로운 ‘일상’이 되면서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 가운데 우리의 삶과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인수공통 전염병인 코로나19는 먼 미래의 문제로 생각한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생태위기가 바로 우리의 코앞에 닥친 현실임을 보여줬다. 자본주의의 성장지상주의와 소비주의는 생태계와 자연 서식지를 파괴해 인간을 인수공통 전염병에 노출시켰다. 또한 지구온난화를 통해 기후위기를 가져와 병원균의 전파와 변형을 촉진했다. 두 측면 모두 자본주의의 생태파괴적 생산력에서 비롯됐다. 이윤추구라는 유일한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해서라면 환경과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파괴해 왔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윤추구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대부분 폐지되면서 생태파괴는 가속됐다. 코로나19는 생태파괴적인 자본주의적 발전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한다. 

둘째, 코로나19는 경제 ‘셧다운’을 강제해 세계 경제를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 경제위기였던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상황으로 곧바로 몰아넣었다. 경제외적 충격에 의해 경제가 곧바로 대위기에 빠졌다. 초기에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했던 선진국들의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미국 -9.5%, 일본 -7.6%, 유럽의 주요 나라들 -10~20%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인위적인 경제봉쇄 조치의 결과다. 2차 대유행이 우려되고 내년까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도 단기적 사태가 아니라 중기적 사태로 진행되고 있고, 코로나 19의 변종으로 인한 것이든,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든 기후위기로 인한 전염병 사태가 새로운 ‘일상’이 된다면, 이런 경제외적 충격은 세계 경제를 지속적인 위기 상태에 놓이게 할 것이다. 

경제위기와 관련해 간과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측면은 세계 경제가 이미 2008년 세계금융공황 이래 구조위기 상태, 즉 장기불황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는 아직도 극복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20년 제2차 붕괴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외적 충격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세계장기불황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이중의 경제위기다.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설령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경제위기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크게 증폭됐지만 현재 진행 중인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역사상 제4차 구조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증폭된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위기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셋째, 코로나 19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대응책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일상의 문제로 불러낸다.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 19와 그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디지털 뉴딜’을 ‘한국판 뉴딜’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은 이미 진행 중인데, 코로나19가 불가피한 ‘비대면’의 필요성 때문에 이를 급격히 호출하고 있다. 그러나 IT 기술에 입각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생산력의 발전이 자본주의적 이윤생산을 목적으로 활용될 때 어떤 모습을 띠는가는 이미 드러났다. ‘플랫폼 자본주의’, ‘공유경제’, ‘긱(Gig) 경제’ 등으로 거의 모든 노동의 불안정 노동화를 가져와 독점의 심화와 사회 양극화라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가 긴급히 호출한 ‘4차 산업혁명’ 문제도 이윤생산이라는 자본주의 문제를 제기한다. 

넷째, 코로나19는 4차 구조위기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킴으로써 강대국 간의 대립·투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2018년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미국 트럼프 정부에 의해 급상승한 보호무역주의 추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격화됐다. 코로나19는 무역전쟁을 경제전쟁, 더 나아가 패권전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 구조위기 때 그 출구로서 역사적으로 반복됐던 세계대전의 검은 그림자가 21세기에 다시 드리우고 있다.

이 네 가지는 코로나19가 새롭게 제기한 문제는 아니다. 21세기 들어 자본주의의 모순이 깊어지면서 2008년 4차 구조위기 이래 제기되던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격화돼 바로 ‘일상’의 문제로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아니 인류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인류와 지구가 자본주의와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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