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전공 수강신청, 주전공·다전공 모두 각자의 고충 존재

지난달 13일 수강신청 첫날부터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전공을 듣지 못해 졸업이 힘들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며, 주전공생의 전공과목 수강신청 문제가 불거졌다. 

이 같은 문제는 주로 정치외교학부, 전기·정보공학부 등 다전공생이 많고 주전공생 우선신청 제도가 없는 학과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명재하 씨(정치외교학부·18)는 “이번 학기는 유독 강의 정원이 줄어 전공 수업 수강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선후배, 동기들이 많았다”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학부 규모와 수강 수요에 맞는 예산 확충 및 교수진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치외교학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부터 ‘교육환경개선간담회’를 열어왔고 꾸준히 정치외교학부생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실태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치외교학부 수강신청 실태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준 씨(정치외교학부·18)는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정치외교학부 주전공생 중 약 40%가 자신이 듣고 싶은 전공 수업을 가장 먼저 신청해도 듣지 못했다”라며 “이번 학기에도 학우들이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봤을 때 수강신청 여건이 여전히 열악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제학부의 경우에도 2020학년도 2학기 기준 100명이 넘는 인원을 다전공생으로 선발했지만, 주전공생이 우선신청할 수 있는 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제학부 주전공생이지만 원하는 경제학부 전공과목을 듣기 힘들다”라는 하소연과 더불어 “주전공생 우선신청 제도를 도입해달라”라는 식의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고영제 씨(경제학부·16)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전공생도 많아지고, 강의도 많이 열리지 않아 수강신청이 힘든 것 같다”라며 “비대면 수업이 예정된 강의의 정원을 늘리거나 주전공생 우선신청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다전공생들의 수강신청 문제도 나타났다. 가령 이번 학기 수강신청에서 경영학과가 개설한 몇몇 전공 수업의 경우 부전공생은 경영학과의 ‘전공별 순차적 수강신청’ 제도에 따라 수강신청 마지막 날인 20일(목)에만 수강신청이 가능했다. 그러나 부전공생과는 달리 △주전공 △복수전공 △연합전공 등은 20일 이전에도 수강신청이 가능해 부전공생은 원하는 전공수업을 신청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경영학과를 부전공하고 있는 경준서 씨(정치외교학부·17)는 “경영학과에서 몇몇 전공필수 과목의 정원을 서둘러 늘렸는데도, 수강신청이 시작되자마자 금방 마감됐다”라며 “강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해소돼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부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임은성 씨(수리과학부·18)도 “수강신청을 할 때쯤이면 2~3학년 진입 과목이나 주요 과목들은 자리가 차 있고, 남은 소수의 자리도 많은 사람이 경쟁하다 보니 수강신청 난도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개설 강의, 수업 정원, 강의실 등 제반 강의 자원의 확충이 없으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선신청 제도 역시 근본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해 다른 해결책을 고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동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인기 있는 전공 강좌는 공유재와 같다”라며 “대학에서는 공급이 제한돼 있는 공유재를 가격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교원을 늘리지 않는 한 방법은 선착순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과에서 우선신청 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과들도 동일한 선택을 할 텐데, 그러면 학생들이 타과의 원하는 수업을 못 듣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학부 행정실에서는 “학생들이 전공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분명 알지만, 우선신청 제도를 섣불리 도입하면 다른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초안지 정원을 늘리거나 강의 정원을 늘리고 있고 모두가 만족하는 최선의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회대 서혜지 학생회장(언론정보학과·18)은 “정치외교학부와 경제학부는 수업 관련 사안에 대해 학과장님과 만나 학생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양해를 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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