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 교수(AI 연구원)
강유 교수(AI 연구원)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는 인공지능일 것이다. 학계, 산업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점점 더 많은 분야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이 활용된 주요 분야로 소셜 네트워크(페이스북), 추천(넷플릭스), 검색/번역(구글), 자율주행/시각(테슬라) 등을 들 수 있는데,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본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인공지능의 활용 분야는 금융, 특히 주식 투자와 같은 금융 투자다.

금융 산업은 국내 부가가치의 약 7%를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금융 투자는 사실 인공지능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 중 하나인데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금융 투자 분야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 고객의 금융 상품 거래 내역, 미국/한국 주식 시장의 지난 수십 년 간의 가격/거래 데이터와 재무 정보 등이 존재하며, 이런 방대한 데이터는 적절한 인공지능 기반 금융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금융 분야에서는 수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고객이 맡긴 돈을 잘 운용하기 위해 어떤 종목을 사고팔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 자산 배분을 하는 것 등 여러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의사 결정을 데이터에 최적화돼 학습된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 있음은 명백하다.

셋째, 금융 투자는 100% 완벽할 수는 없지만 평균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모든 인공지능 기술은 어떤 작업에 대해 100%의 정확도를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주된 이유는 인공지능이 무한한 학습 데이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검사해 결핵을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95%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가정하자. 95%라는 수치는 매우 높긴 하지만, 여전히 5%의 오류를 만든다는 점에서 모든 의사 결정을 인공지능에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기반한 투자의 경우 오류가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승률이 50%를 넘어간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금융 투자에 대해 “과연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학자 유진 파마는 1970년도에 발표한 논문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했는데, 이는 시장의 모든 정보가 주식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리고는 하지만, 필자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실제 시장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본다. 만약 효율적 시장 가설이 사실이라면, 이미 모든 정보가 주식 가격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가정하는 것과 달리 많은 사람들의 투자 방식은 합리적으로 정보를 판단하며 투자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또 사람들은 공포심과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시장은 어느 정도의 패턴을 따라서 움직이게 되며 인공지능은 이 패턴을 잘 찾아낼 수 있다. 사실 워렌 버핏과 같은 성공적인 투자자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최근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수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주식 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증거이자 사람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예시다. 필자가 참여 중인 ‘딥트레이드’라는 스타트업에서 인공지능 기반 주식 투자 기술을 개발해 평가한 바에 의하면, 인공지능 기반 기술은 지난 30분기 중 25분기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를 앞서는 높은 수익률을 보여줬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투자 기술이 넘어야 할 여러가지 과제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끊임없이 변하는 주식 가격의 비정상성을 잘 고려하는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금융 산업 관점에서는, 아직은 보수적인 기존 은행들이 좀 더 인공지능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많은 은행/투자 회사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에서 그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투자 기술이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많은 사람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증식시키는 데 기여하는 미래를 꿈꿔본다. 그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

*동학개미: 코로나로 증시 폭락이 거듭되는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을 힘겹게 매수하는 모습을 동학농민운동을 빗댄 용어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