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학내 연구소를 파헤치다1)자동화-FMTC, SRRC

넓디넓은 서울대 부지에는 다양한 연구 기관이 많다고 한다. 이토록 많은 연구소에서는 도대체 어떤 미래를 상상하며 어떻게 연구를 하고 있을까. 우리의 미래를 살짝 엿보고자 『대학신문』에서 학내 연구 기관의 문을 두드려 봤다.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 자동차, ‘아이언맨’ 슈트와 같은 최첨단 웨어러블 로봇. 먼 훗날에야 가능할 것 같았던 이런 자동화 세상이 실현되고 있다. 학내 연구 기관에서는 이런 자동화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을지 파헤쳐 보자.

 

교통사고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


시흥캠퍼스에 있는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FMTC)는 국내 최고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 센터 중 하나다. FMTC는 국내 최초로 승객이 탑승 가능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 사업’에 착수, 이달 말부터 2021년까지 시흥시 오이도역 부근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인 심야 셔틀버스 운행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의 핵심은 바로 ‘우선순위’다. FMTC 이경수 센터장(기계공학부)은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는 어떤 차가 먼저 가고, 양보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끼리 서로의 의도를 예측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안전하게 주행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안전하고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도로망 체계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맞게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려면 교통 신호나 차선 등의 도로망 체계가 자율주행 자동차와 연결되는 ‘전자 지도’가 필요하다”라며 “따라서 전국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FMTC는 다양한 회사와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개발 업체인 스프링클라우드 △전동 제어기에 프로그래밍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하는 드림에이스 △도로 교통신호를 차량에 전해주는 통신 모듈을 개발하는 이씨스 등의 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FMTC가 업무 협약을 맺은 여러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KB 손해보험이다. KB 손해보험과 FMTC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대의 보험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지난 1월 협약을 체결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등이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면 기술의 변화에 따라 보험 제도 등 사회적인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KB 손해보험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편리성과 효율성 등 자율주행 자동차의 여러 장점을 차치하고, FMTC에서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안전’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가 바로 사람의 안전 때문”이라고 밝힌 이경수 센터장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고나 윤리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센서를 이용해 주변을 항시 파악하고 있기에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라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에 집중하기보다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고도의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반의 스마트 모빌리티 체계를 갖춘 사회를 꿈꾸는 FMTC는 이런 스마트 모빌리티 체계가 전 세계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이경수 센터장은 “시흥캠퍼스 FMTC에서 만든 자율주행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장시켜 한국을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택시나 버스 운전과 같은 힘든 일도 자율주행 자동차로 대체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은 조금 더 편한 일을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과 함께라면, 장애도 장애가 아니야


인간중심소프트로봇기술연구센터(SRRC)는 웨어러블 로봇을 비롯한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는 곳이다. 소프트 로봇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봇 분야 내에서 생소한 분야였으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주류 분야로 자리 잡았다. SRRC 조규진 센터장(기계공학부)은 “소프트 로봇은 다른 로봇과 다르게 말랑말랑한 재료를 사용하기에 처음에는 ‘이게 로봇이냐 장난감이냐’라며 무시받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웨어러블 로봇 '엑소 글로브'를 시연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엑소 글로브'를 시연하고 있다.


현재 SRRC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소프트 로봇 사용자는 바로 장애인이다.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물건을 집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소프트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엑소 글로브’다. 엑소 글로브는 손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주로 물건을 잡거나 글씨를 쓰는 등의 활동을 도와준다. 최근에는 단순히 손을 움직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해 정확한 순간에 물건을 집도록 하는 자동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SRRC 조규진 센터장은 “휠체어에 탄 사람 중 거의 절반이 손을 못 쓰지만, 정작 손을 도와주는 기구는 별로 없다”라고 엑소 글로브 고안 동기를 밝혔다.


몸 전체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인 ‘메타 슈트’가 SRRC의 최종 목표이다. 메타 슈트는 인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자세와 활동을 보조해 주는 일종의 종합 보조 기구다. 손목과 발목, 무릎의 보호는 물론 운동 시 부상을 방지해 주고 작업 시 악력이나 하중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조규진 센터장은 “메타 슈트는 사용자 개인에게 맞춤 제작돼야 하기에 장애인, 작업자 등 이것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타겟으로 설정하고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SRRC는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봄으로써 해답을 찾는다.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한 소프트 로봇이 그 예다. 조규진 센터장은 “소프트 로봇은 기본적으로 매우 유연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라며 “그런데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하면, 물렁물렁한 재료로도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면서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종이접기 원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로봇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한 소프트 로봇 기술은 지난해 세계적인 로봇 전문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의 표지에 실리기도 했다.


SRRC는 장애가 더 이상 장애로 여겨지지 않는 세상을 그린다. 조규진 센터장은 “나는 안경이 없으면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장애인인데, 안경이 없다고 해서 나를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마찬가지로 장애나 부상이 있는 사람들이 가볍고 티가 안 나는 웨어러블 로봇을 입으며, 장애가 더 이상 장애로 여겨지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 흔히들 자동화가 진행된 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자동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두 연구기관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된, 더욱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의 이야기를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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