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서울대 스케치
코로나19, 서울대 스케치
  • 김찬수 취재부 차장
  • 승인 2020.09.06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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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대학원생·교수자·직원이 말하는 코로나19

“그땐 미처 몰랐다. 일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올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전히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2020년 하반기를 맞이한 우리는 어느덧 최소한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활 양식에 익숙해졌다. 개강을 맞이한 캠퍼스는 예년과 달리 한적하며, 가끔 마주치는 이들은 모두 얼굴의 절반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달라진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대학신문』이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자 △직원 등 서울대 구성원이 코로나19를 겪는 모습을 △학생자치환경 △연구환경 △수업환경 △근무환경으로 나눠 살펴봤다.

학부생 曰, “그 많던 우리네 행사들은 다 어디로 갔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4월과 9월의 캠퍼스는 학생회관, 두레문예관, 문화관(73동) 등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면서 학교를 방문하는 학생의 수는 현격히 줄었고, 자연스레 공연과 대회 준비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예년만큼 이뤄질 수 없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동아리연합회(동연) 정규성 회장(철학과·17)은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소규모로 활동하거나, 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활동하는 동아리도 있다”라며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연은 학기 초 온라인 동아리 소개집 발송 등을 통해 신입회원 모집을 수행했고 새터나 동아리소개제 공연을 진행하지 못한 동아리들을 위해 비대면 행사를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매년 2월에는 새내기 새로배움터가 진행되고 신입생들끼리 또는 신입생과 재학생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었다. 4월과 5월은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진 캠퍼스가 축제와 장터, 체육대회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활기로 가득 찼던 기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학생들의 교류 및 친목의 기회를 앗아갔다. 신입생 임서형 씨(사회학과·20)는 “선후배 간 대면 교류가 단절된 상태라, 내년 신입생들을 맞이할 때 20학번은 무엇을 준비하고 21학번 후배들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우려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학생대표들은 현재 학생사회에서 부상하는 의제는 ‘친목 행사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경영대 강예찬 학생회장(경영학과·18)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완전히 단절됐던 학생 간 교류의 정상화가 시급한 학생사회의 과제”라고 밝히며 “비대면으로 행사를 대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완벽히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생대 이상범 학생회장(식품·동물생명공학부·18)은 “지난 학기 온라인을 통한 교내 활동이 이뤄졌기 때문에 2학기는 1학기를 온고지신해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활용한 자체적인 행사들을 기획할 것”이라며 다짐을 내비쳤다.

대학원생 曰, “제대로 된 연구가 하고 싶어요…”

코로나19는 밤낮으로 연구실에 꼭꼭 숨어있던 대학원생들의 생활까지도 바꿔놓았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원칙은 특히 연구 피드백 교류와 다양한 장비 사용이 요구되는 이공계열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했다. 비대면 체제에 들어선 이후, 랩 세미나의 개최 빈도는 현저히 줄었다. 이에 ZOOM을 활용한 온라인 화상회의가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대면 세미나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 이상운 씨(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는 “비대면으로는 실험실에 있는 결과물을 직접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 장비 사용에도 문제가 생겼다. 연구하다 보면 타 기관의 장비와 연구시설 이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장비 및 시설물 사용에 여러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상운 씨는 “장비 대여 기관이 출입을 제한하기도 한다”라며 “기초과학공동기기원의 경우, 건물 앞 위탁함에 실험 재료를 넣고 실험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방식은 담당 연구자가 직접 실험에 참여할 수 없기에 실험과정을 지켜볼 수 없다는 점에서 불편을 초래한다. 기초과학공동기기원 관계자는 “연구자와 실험자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대학원생들의 연구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자녀가 있는 대학원생들도 학교와 유치원 등의 돌봄시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 부모학생 협동조합 ‘맘인스누’(Mom in SNU)는 많은 부모 대학원생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전보다 많은 시간을 육아에 쏟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이전과 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학원총학생회 반주리 전문위원(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은 “연구 활동이 일정 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연구 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어떻게,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소통할 수 있을지가 여러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자 曰, “흔들리는 웹캠 속에서 딴짓들이 자꾸 보였던 거야”

지난 1학기, 비대면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교수자들의 반응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박원호 교수(정치외교학부)는 “화상회의를 할 때, 채팅창에서 손쉽게 메시지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소통 채널이 생긴 것을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녹화된 동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빨리보기’ 기능을 통해 듣는 경우가 있어 60분짜리 수업이 20분짜리가 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면 수업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반복하며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인내의 시간이 비대면 수업에는 부재해 아쉽다는 소회를 밝혔다.

1학기를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던 교수자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수업 방식의 변화에 대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변화하는 대학교육의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교수협의회 임정묵 대외협력이사(식품·동물생명공학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서울대 내 교수자들 역시 수업 형태에 대해 갖은 논의와 고민 중”이라며 “단순히 강의의 주체로서 교수자의 역할뿐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고민과 인생에 대한 인간적 교류를 담당하는 튜터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자로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인 학회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 중이다. 이재열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학술회의가 거의 없다”라며 코로나19 시대의 연구 동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프로젝트나 학술행사 참석률이 전례없이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학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함에 따라 참석자들이 원하는 주제에 대한 부분만 신청하는 등 학회의 유연한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한편 코로나19는 교수자의 과제 부여 방식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면 수업 체제와는 다르게 비대면 체제에서는 교수자가 학생들에게 과제 부여 시, 참고문헌과 같은 관련 자료 제공에 이전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과 같은 학내 기반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로 해석된다. 지난 학기 교양강의를 개설했던 한유나 강사(고고미술사학과)는 “학생들이 과제 수행 시 서적과 같은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원 曰, “코로나19의 무게, 우리 일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본부 각 부처 및 부서 직원들은 지금껏 사용한 적이 없었던 ZOOM을 활용해 비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교무과 권경란 주무관은 “처음에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회의를 진행해 낯설었지만, 익숙해지니 정말 편한 방식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본부는 더욱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 부처에서 시차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도 시차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생협 김웅기 팀장은 “시차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직원들 간의 접촉을 많이 줄일 수 있어 근무환경 속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와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시차근무제의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0년 1월 6일 자) 당시 비서공 측은 생협 사측과 학생사회 간의 충분한 논의가 부재했다며 시차근무제를 비롯한 조정안에 난색을 보였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직원들의 근로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본부 직원들의 고용 수, 임금 등의 근로조건에 코로나19가 지장을 준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교육처 박기홍 주무관은 “서울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장을 받는 업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사교육과 차원에서 발견한 고용 수, 임금 등의 변동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몇몇 부서는 상당한 업무량을 맡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관련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장학복지과와 같은 부서의 경우, 업무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학복지과 정현승 행정관은 “감염병 관련한 사안을 총무과나 보건기관에서 맡는 다른 학교들과 달리 서울대는 장학복지과가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라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장학복지과는 매주 코로나19 관리위원회를 주관하고 각종 방역 업무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사태 속 학내 △학생자치환경 △연구환경 △수업환경 △근무환경의 모습을 살펴봤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은 가끔 불평을 하기도 하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맞서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서울대 구성원들이 묵묵히 상황을 버텨내다 보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코로나19를 극복한 그때, 우리는 후회 없이 지금을 회상하며 광활한 캠퍼스를 거닐 수 있으리라.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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