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검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반짝반짝 ‘★’(검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 용화랑 기자
  • 승인 2020.09.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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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원성 사는 성적 공개 지연, ‘검은 별 제도’를 파헤치다

매 학기 성적 처리 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에는 학생들이 “교수님, 검은 별 좀 풀어주세요”라고 하소연하는 글이 넘쳐난다. 2018년 12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대 학기 성적 입력 시 바로 공개되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이 청원에서 작성자는 “성적 입력 후 (교수자가) 성적 공개를 하지 않으면 ‘★’(검은 별) 표시가 뜨는데,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마이스누 포털 사이트에서 새로고침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검은 별 제도’의 폐지를 요구했다. 많은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검은 별 제도가 존속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교수자가 검은 별을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학신문』에서 알아봤다. 

◇검고 하얀 ‘별’, 성적 도통 알 수가 없네=학생들의 마이스누 포털사이트 성적 조회란에는 성적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 ‘흰 별’과 ‘검은 별’이 표기된다. 담당 교수자가 성적 입력을 하지 않았으면 ‘흰 별’, 교수자가 성적을 입력했지만 공개하지 않으면 ‘검은 별’로 나타난다. 단, 성적평가 자료가 미비할 때 교수자는 수강생들에게 잠정적으로 ‘I’(미완)을 부여할 수 있다. I가 부여된 강좌는 교수자가 종강일로부터 3주 내 성적을 입력하지 않을 시 ‘F’로 바뀐다.

 

 

학생들은 성적 제출 마감일 이후에도 성적이 검은 별로 표기되는 상황에 “답답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학기 3개 강좌에서 검은 별을 받은 강예송 씨(서양사학과·20)는 “1학기 성적 마감일이었던 7월 3일에는 검은 별이 부여된 강좌 성적이 공개되리라 생각했다”라며 “그러나 한 강좌는 성적 제출 마감일 이후에도 검은 별이 사라지지 않았고, 성적 일괄공개일인 7월 10일 점심이 돼서야 성적이 공개됐다”라고 토로했다. 

검은 별 제도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학기 인문대 교양 강좌에서 검은 별을 받은 이승훈 씨(인문계열·20)는 “성적 일괄공개일까지도 검은 별이 남아있었다”라면서 “(검은 별 부여가) 수강한 강좌에 대한 만족도나 평가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적 공개를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입력된 성적을 바로 공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며 검은 별 제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교수자가 성적 이의 제기를 회피하고자 검은 별 제도를 악용한다는 인식도 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수자가 검은 별을 부여한 이유가 “클레임(성적 이의 제기)이 싫어서”, “클레임 메일 받기가 귀찮아서”일 것이라며 검은 별을 받은 학생들이 교수자를 질타하는 식의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검은 별을 준 교수자들, 이유는 제각각=한편 검은 별 문제가 성적 처리 작업에 대한 교수자의 이해 부족이나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인문대 박진호 교무부학장(국어국문학과)은 “성적 공개 지연은 교수자들이 성적 처리 웹사이트에서 ‘성적 공개’나 ‘성적 확정’ 버튼을 누르지 않는 단순한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라며 “의도적으로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범대 민병곤 교무부학장(국어교육과)은 “일부 교수자의 성적 공개 지연 이유는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학생들의 성적 이의 제기나 정정 요구와는 관련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대 A교수와 인문대 B강사는 지난 1학기 학생들에게 검은 별을 부여한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다. A교수는 “이번에 실수로 공개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으며, B강사 또한 “1학기 성적 처리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성적 공개 버튼을 안 눌렀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B강사는 “성적 입력이 이미 완료됐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라고 부연했다.

일부 교수자의 경우 검은 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대학신문』의 취재 요청 이후에서야 자신의 강좌 성적 공개가 지연됐다는 사실을 알기도 했다. 인문대 C강사는 “검은 별 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면서 “(1학기) 성적 비공개는 나의 실수”라고 밝혔다. 이어 C강사는 “만약 성적 공개 지연에 대한 항의가 들어왔으면 당연히 사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문대 D교수는 검은 별 제도에 대해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수자가 검은 별을 부여한 사유는 다양했다. 공대 E교수는 “(1학기에) 검은 별을 부여한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다”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성적이 공개되므로, 내가 빨리 공개하거나 반대로 딱히 늦게 공개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비공개 상태에서 성적을 잘못 입력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는 사회대 F강사는 “성적이 제대로 평가되고 입력됐는지 한 번 더 검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일정 시간 성적을 비공개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1학기 검은 별이 부여된 교양 강좌 수업 조교를 맡았던 인문대 대학원생 G씨는 “담당 교수가 수업 성적 평가 말고도 업무가 많기 때문에 성적 공개가 늦어졌을 것”이라며 일부 교수자들이 업무 과중을 겪고 있음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성적 정정 기간이 사실상 성적 산출을 위한 추가 기간으로 작용하는 것이 관행이 됐고, 성적을 늦게 공개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대 H교수는 “교수들이 부담해야 할 행정이나 수업 업무가 타 대학에 비해 높은 데다 연차가 높은 교수들이 행정 업무를 젊은 교수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다”라며 성적 평가를 비롯한 각종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대학원생 G씨는 “종강부터 제출 마감일 까지의기간이 일부 교수자에게 너무 짧을 수 있다”라고 전하며 “검은 별 문제는 여러 원인들이 함께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초 도입 취지 ‘아리송’···개선 요구는?=2013년에 새로 생긴 검은 별 제도는 도입된 지 올해로 8년째다. 학사과 관계자는 검은 별 제도의 도입 취지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은 별 제도 도입은 수년 전의 일인 데다가 업무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뀌어 정확히 답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검은 별 제도는 교원이 입력한 성적을 자의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검은 별은 성적 입력 기간 중 학생들이 성적의 입력 여부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은 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학생사회에서는 검은 별 폐지 내지는 개선을 요구해 왔다. 2015년 말 제58대 총학생회(총학) 「디테일」에서는 학생들의 검은 별, 흰 별 제도와 관련해 불편을 겪은 사례를 제보받았다. 「디테일」의 김민석 전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4)은 “당시 제보받은 사례 중 성적을 알지 못해 성적 정정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해당 수업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초조해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민석 씨에 따르면 「디테일」은 제보받은 사례를 토대로 검은 별 제도 개선을 요구하려 했으나, 당시 교육환경개선협의회가 열리지 않아 요구 사항을 공식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제62대 총학 선거에 단독출마한 선거운동본부(선본) 「내일」은 검은 별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해당 선본이 사퇴하고 총학 선거가 무산되면서 해당 공약은 실현되지 못했다.

검은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미 입력된 성적이 공개되기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초조함과 아무것도 못한 채 성적 정정 기간이 그저 지나간다는 불안감은 서울대 학생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아울러 검은 별 제도 자체를 모르는 교수자도 존재하며, 매 학기 성적 공개 지연 문제가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이에 현행 성적 처리 과정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검은 별 제도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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