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생 A씨가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사회적 공분을 산 범죄자나 피의자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운영자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라고 개설 목적을 밝혔다. 과거에도 ‘강남패치’, ‘배드파더스’, ‘주홍글씨’ 등을 통해 이뤄져 온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적 제재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사적 제재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가진다. 첫째는 이런 마녀사냥식 제재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나 범죄자의 범행에 분노를 느끼고 범죄자를 직접 단죄하겠다는 명분은, 중범죄에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법 감정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사적 제재는 형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다. 한국은 2010년 1월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했고,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성범죄자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런 신상 공개의 목적은 재범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지,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교도소는 ‘수감된’ 이들의 자살을 목표로 댓글을 달아달라고 공지하는 등 극단적인 사적 제재를 유도하고 있다.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는 충분한 여론 수렴과 법리적 검토를 거쳐 결정할 문제다. 

온라인 사적 제재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보의 낮은 신뢰성이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 선정의 근거는 대부분 제보에 의존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고, 그 최종 판단은 운영자가 내린다. 최근 가톨릭대의 모 교수는 성 착취물을 구매하려 했다는 명목으로 신상이 공개돼 100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에 시달렸지만, 수사 결과 잘못된 정보로 누명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온라인 공간에 ‘수감된’ 사람들은 유죄추정 원칙의 적용을 받으며 오정보로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을 수단이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죄에 대한 처벌은 물론, 사실관계 판단 역시 사법기관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사법기관조차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구제책을 갖추고 있는데, 익명의 사인(私人)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근거로 자의적으로 판단해 ‘심판’할 대상을 고르는 것은 눈 감고 칼을 휘두르는 것과 다름없다. 인류 역사에서 처벌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제한하고 사적 보복을 금지해 온 이유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교도소는 비판을 받고 사이트를 폐쇄했다가 그 명분을 강조하며 2기로 재운영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통해 판결과 법 감정 간의 괴리가 사적 제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의 논란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인터넷 문화를 자성할 필요가 있다. ‘좌표 찍기’, ‘화력 지원’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상의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오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부정확한 사실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나의 분노는 타인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믿음, 디지털교도소가 드러낸 반지성주의적 인터넷 문화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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