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통해 ‘그린’으로 가는 길
코로나19를 통해 ‘그린’으로 가는 길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9.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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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환경대학원 홍종호 원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지구적 관점에서는 수많은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 환경이 되살아나고 대기 오염이 줄어드는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의 역습’이라고도 불리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평소 환경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팬데믹을 경험한 인류가 앞으로 환경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일(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원장을 찾아갔다.

 

 

Q.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와 환경 문제의 관계를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를 환경학적 관점으로 설명한다면?

A. 코로나19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환경학적 관점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이 동물 매개 병원균(vector-borne disease)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져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동물들의 생존 환경이 좋아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져 인간이 말라리아, 사스,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동물 매개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 변화의 원인은 당연히 인간의 경제활동이기에 코로나19도 크게 보면 경제활동의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

Q. 팬데믹 이후 탄소 배출, 미세먼지 및 스모그 등이 줄면서 환경이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가 기후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A. 부분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팬데믹의 역설’(paradox of pandemic)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 통행량과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줄어 올봄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확실히 낮았다. 인도는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올해에는 락다운을 통해 공기가 좋아져 인도의 델리에서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기후변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인데, 이는 탄소가 배출될 때 공기 중에 상당 수준 누적된다. 코로나19 때문에 교통량이 줄고 생산활동이 줄었다고 해도 에너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까지 누적된 탄소 배출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Q. 경제 성장이 우선시되는 시점에서 기후·환경 문제의 해결이 시급함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A. 지금까지 세계의 전반적 흐름은 경제 성장 우선이었고, 환경 보존은 경제활동과 상충하며 희생이 불가피한 대상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간이 시작한 싸움이 결국 우리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환경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생각의 변화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를 가진 세대가 공존하고 있어 기후 변화와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한 견해가 모두 다를 것이다. 5,20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대의 가치 차이를 통합해 기후 변화를 극복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한국 사회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덧붙여 올해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긴 54일의 장마와 수많은 태풍을 겪었다. 기후 변화가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했기에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과 깨달음의 계기를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Q. 세계은행의 환경경제학자 마틴 헤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녹색 회복(Green Recovery)*은 환경에도 순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영리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환경 문제 해결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녹색 회복은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가장 대표적 방법이다. 녹색 회복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함으로써 가능하다. 한국은 매장된 자원이 없어 95%의 에너지를 수입해 왔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육상·해상 풍력, 지열, 태양열처럼 여러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덴마크,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와 같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70%에 육박하는 데 비해, 한국의 경우 4.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재생에너지는 온실 기체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좋을 뿐더러 전력공급 단가도 낮다. 또한 기존의 화석 연료보다 발전량 당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에너지원 공급에 일부 대기업만 참여했으나, 재생에너지는 소규모 단위의 지역 주민들도 생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와 소득을 동시에 창출한다. 재생에너지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에너지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부작용이 가장 적고 효율은 높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다. 

Q. 코로나19가 기후환경 정책에 미칠 영향과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A. 아직 한국은 환경과 정책을 잘 연결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린’보다는 ‘뉴딜’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의 생계 유지가 힘들어져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궁극적으로 경제와 기후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갈 수 있게 만들 것이냐’다. 지속 가능한 사회로 도약하면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 민간의 투자가 집중되고,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그린 뉴딜 정책은 이제 막 시작됐기에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기후 변화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정책의 목표를 조금 더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마저 ‘Net-Zero 2050’* 선언에 동참했지만, 한국은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정책의 목표가 단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살리는 것에 그치면 안 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범을 없애는 데 있어야 한다. 화석 연료 사용을 통제하고 경유차의 통행을 막는 것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2050년까지 전력 생산 비중의 8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과 같은 더 과감한 목표를 가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환경 문제에 유난히 소극적이고 안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와 정부, 나아가 전 세계의 시민들은 환경을 대하는 기존의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환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물꼬를 터 보는 것은 어떨까. 

 

*녹색 회복: 코로나19 유행 이후 경제 회복을 생태학적 전환과 연계해 경제와 환경을 개혁하는 방법

*Net-Zero 2050: 2050년까지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순 배출을 0으로 만들자는 목표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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