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인공지능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까?
언제쯤 인공지능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까?
  • 대학신문
  • 승인 2020.09.1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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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컴퓨터공학부)
김건희(컴퓨터공학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라는 인공지능 분야가 있다. 이 학문의 목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이를 기계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연어라 부른다)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인공지능 분야들 중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다루기 때문에, 더 친근하면서 흥미로우며 인공지능이 세상에서 더 많이 쓰이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우리가 아마 가장 고대하는 건 대화 시스템일 것이다. 영화 <그녀(Her)>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공지능 운영 체제인 ‘사만다’가 실제로 존재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운영 체제는 주인공의 말을 단순히 알아듣고 해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인공의 상처를 이해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운셀러 능력까지 보여준다. 물론 현실에서 챗봇은 은행 앱이나 예약 사이트 등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안을 줄 수 있는 대화 시스템은 아직 요원하다.

대화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목적 지향(Goal-oriented) 에이전트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는 챗봇(Chatbot)이다. 목적 지향 시스템에서는 대화의 목적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이를 달성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대화가 진행된다. 대표적인 예는 은행의 대화봇, 식당 예약봇, ‘시리’나 ‘알렉사’ 같은 스마트폰 혹은 인공지능 스피커의 대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식당 예약봇은 위치, 메뉴, 날짜, 시간, 인원 등의 정보를 상대방에게 얻어 예약을 마무리 짓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이 시스템은 미리 정해진 항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몇 명 자리를 예약할까요?”와 같은 식으로 대화 상대자에게 적극적으로 물음을 던진다. 이 시스템은 사전에 정의된 패턴으로만 대화가 가능하고, 이 항목을 채우는 데 관련이 없는 대화는 노이즈로 간주하고 무시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목적 지향 시스템은 특정 기능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심도 깊은 대화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 챗봇은 ‘심심이’처럼 사용자의 모든 발화에 대해 응답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스템이다. 이 챗봇들은 종종 알아듣고 재미있는 응답을 생성하기는 하지만, 사전에 정의된 룰에 따라 패턴 매칭으로 진행되므로, 조금만 길게 대화를 이어가면 그것이 봇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대화 시스템은 우리 주위에 이미 와 있지만, 간단한 목적을 달성하고 몇 번 재미삼아 대화해 볼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내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수다 떨고 싶은 인공지능은 아직 불가능하다. 근래 딥러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대용량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한 강력한 대화 시스템들이 소개되고 있다. 구글의 ‘Meena’, 페이스북의 ‘Blender’, OpenAI의 ‘GPT-3’ 등 말이다. 하지만 이들도 너무 당연해 보이는 부분에서 당황스럽게 실패하는 경우가 꽤 자주 생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계는 대화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화 시스템에게 “네 직업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처음에는 “나는 변호사야”라고 얘기했더라도 조금 지나 “나는 의사야”라는 모순된 답변을 끌어내기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자기가 방금 한 얘기와 모순되는 말을 하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이는 엄청나게 큰 대화 데이터에서 사전 학습을 하며 여러 성격들이 뒤죽박죽 섞이고 이들 사이의 일관성을 맞추는 것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는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OpenAI의 창업자인 Wojciech Zaremba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뜬금없이 “이탈리아의 축구선수야"라는 답변을 하는 식이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로 대용량 대화 데이터로부터 말을 배울 때 여러 내용을 여기저기에서 부분 부분 가져와 임의적으로 연결해 놓기 때문이다. 

지면 관계상 두 가지 예에 대해서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터무니없이 실패하는 경우가 현재의 대화 시스템에는 많이 관찰된다. 수많은 지식과 상식을 잘 기억하기, 모순 없이 말을 이어가기, 대화 상대방이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진의를 파악하기, 정서를 잘 이해하고 처리하고 표현하기 등 여전히 안 되는 것투성이다. 사실 인공지능의 모든 분야가 이렇다. 곧잘 되는 것 같아 놀랍다가도 어이없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 좌절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이 있듯이, “왜, 언제 실패하는 거지?” 끊임없이 묻고 해결하고 하는 과정에서 연구하는 재미도 느끼고 기술도 발전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분들이 대화 시스템 혹은 인공지능의 성공에 환호하기보다는 한계를 고민하고, 이 흥미진진한 문제 해결의 과정에 많이 동참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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