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양극화를 지적하다

김경근 교수(고려대 교육학과)
김경근 교수(고려대 교육학과)

국내에서 첫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지난 8개월간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기존 오프라인 중심 교육을 일거에 대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일찍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교육 격차 심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다. 특히 학생 간 학력 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충격적 결과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 전국 초·중·고 교사 1933명에게 학력 격차 실태를 물은 결과, ‘심각한 편이다’ 60.4%, ‘매우 심각하다’ 20.0%, ‘심각하지 않다’ 19.6%라는 응답이 나왔다. 교사 5명 중 4명꼴로 등교 개학 후에 목도한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필자가 접촉한 현장 교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력 격차가 심화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현상은 학교급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지만, 학교급이 낮을수록 상황이 좀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급에서 학력 격차가 더 확대된 것은 나이가 어릴수록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에 다닐 때는 교사가 학습 결손을 일정 정도 메워줄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면 교사가 수행했던 역할이 오롯이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어떤 이유로든 방과 후에 방치될 경우 학력 저하를 경험할 개연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학교급과 무관하게 사교육이라는 대안을 적절히 활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도 원격수업만 받게 되면 학력이 크게 낮아질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원격수업의 효과가 등교수업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마련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 역시 등교수업을 받을 때만 누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 가지 않고 원격수업만 받는 저소득층 학생이 학습 결손을 경험하게 될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원격수업의 효과가 등교수업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현장 교사들의 인식에 잘 투사돼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7월 전국 초·중·고 교사 1879명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 원격수업의 효과가 등교수업과 거의 같거나 더 효과가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과반수의 초등학교 교사는 원격수업의 효과가 등교수업의 50%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중·고등학교 교사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격수업의 효과가 등교수업과 거의 같거나 더 효과적이라고 밝힌 교사의 비율은 3.7%에 그쳤고, 47.3%의 교사는 원격수업의 효과를 등교수업의 50% 미만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등교수업보다 원격수업의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이 시행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교육자인 조너선 코졸은 저서 『야만적 불평등』에서 방학이 학생 간 학력 격차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방학 기간에는 가정 배경이 학생들의 학력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증폭돼 계층 간 학력 격차가 심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격수업의 장기화는 저소득층 학생이 기나긴 방학을 보내는 것과 유사해 학력 저하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상당수 저소득층 학생은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생계형 맞벌이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원격수업이 이뤄질 때 부모의 세심한 관리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원격수업의 효과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초등학생은 아직 학습 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IT 기기 활용에 서툰 경우가 많아 부모의 도움 여부에 따라 학습 참여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원격수업이 초등학생에게는 더 부적합하고 그에 비례해 학력 격차도 한층 심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많은 교사가 등교 개학 후 마주한 학생들의 성적분포에서 중위권 학생이 대거 사라진 점에 큰 충격을 받았음을 토로했다. 중위권에서 사라진 학생은 대부분 하위권으로 떨어졌는데,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입시 업계에 따르면 6월 18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를 채점한 결과, 영어 과목에서 중위권인 2~4등급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은 44.8%로 나타났다. 이는 2020학년도 수능에서 같은 등급에 분포한 학생 비율 56.6%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반면 2020학년도 수능에서 36.0%던 5등급 이하 학생 비율이 6월 모의평가에서는 46.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은 대개 중위권 학생들을 겨냥해서 이뤄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중위권 학생이 대거 사라진 현상은 우리 학교 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적어도 중위권 학생에게는 자신의 성취 수준을 유지하며 더 나은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자극을 받기에 학교가 꽤 적합한 공간이었던 셈이다. 또한 학교가 중위권 학생에게 유리한 학습 환경을 제공한 것은 수업이 중위권 학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위권 학생은 학교 내에서 전개되는 일상적 교육 활동, 또래 관계 등을 통해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확인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원격수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는 학교가 주는 이 같은 이점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저성취 학생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저성취 학생은 원격수업이라는 생소한 환경을 특별히 답답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중위권 학생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만, 학습 습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거나 시간 관리가 서툰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정시에 등교해 교사의 적절한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자신의 성취 수준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에 중위권 학생의 대거 실종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대다수 교사와 학생이 별다른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에 내몰리게끔 했다. 문제는 이처럼 준비 없이 맞이한 변화 때문에 유례없는 교육 불평등과 학력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계층 간 교육 격차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이 때문에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위한 통로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교육 격차를 한층 심화하고 있다.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을 위한 지렛대로 기능하는 사회에서는 역동성과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당장은 원격수업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학교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계층 간 교육 격차의 실태와 배경을 적확하게 파악해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 격차 문제를 교사와 학부모의 열정이나 헌신에만 의존해 해결하려 들면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설계도나 추진체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참여정부 시기에 비하면 교육 격차가 훨씬 심화했음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관심이나 대책은 상당히 빈약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사안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잘 헤아려 특단의 의지를 갖고 교육 격차 해소에 나설 필요가 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무력화하는 사회에서 교육 격차 해소를 자력 구제의 영역으로 남겨두면 약육강식 원리가 지배하는 정글 같은 사회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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