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학내 연구소를 파헤치다2)건강-행복연구센터, WRII,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학내 연구 기관에서는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대학신문』에서 알아봤다.

 

당신의 마음은 행복한가요?

사람들은 흔히 “내 삶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관악캠퍼스에 있는 사회과학연구원 행복연구센터를 찾아가 봤다. 

행복연구센터에서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행복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센터장(심리학과)은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행복은 막연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심리적 컨디션이 좋은 상태(good mental state)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며 의무감을 느끼지만, 그럴수록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된다”라며 “행복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행복연구센터에서는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카카오 같이가치’ 심리 진단 등의 플랫폼을 이용해 매일 측정하고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렇게 수집한 한국인의 행복지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ABOUT H :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와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0』을 출간했고, 두 책에는 각각 2018년과 2019년 한국인들의 일별 행복지수가 기록돼 있다. 예컨대 2018년에는 종합부동산세 인상 및 과세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9월 13일의 행복감이 가장 낮았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던 11월 15일의 행복감도 낮은 편에 속했으며, 특히 10대와 40~50대의 행복지수 하락 폭이 컸다. 최인철 센터장은 “이는 일종의 국가적인 일기장이다”라며 “연령대별과 성별로 분석하기에 특정 요소가 어떤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행복연구센터 한 편에 놓여 있는 병들. ‘I hope you’re happy’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행복연구센터 한 편에 놓여 있는 병들. ‘I hope you’re happy’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최근 이곳에서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한 이후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행복연구센터에서는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을 크게 세 가지(△자율성에 대한 욕구 충족 △유능감의 경험 △관계 욕구의 충족)로 분류하고 있다. 최인철 센터장은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 중) 하나만 심하게 결핍돼도 행복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면서 외향적인 사람의 행복감이 특히 많이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행복연구센터에서는 행복을 위한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제도적 노력이 균형 잡힌 미래를 꿈꾼다. 최인철 센터장은 “삶의 질이 낮은데 마음만 좋다고 행복할 수는 없고, 반대로 환경은 좋지만 마음이 그것을 누릴 수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부의 불평등, 부패와 부조리의 문제 등 행복에 방해가 되는 사회적 요소 역시 해결돼야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하며 행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고의 면역 체계를 위한 노력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몸의 면역 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면역의학계에서는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WRII)의 문을 두드려 봤다.

WRII는 크게 면역생리연구부와 응용면역연구부로 나뉜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면역생리연구부에서는 면역질환 분야의 기초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응용면역연구부는 연구 결과를 산업화할 방안을 찾으며 임상 의사나 의과학자,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연구 자문, 연구 시스템 개발, 기술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응용면역연구부는 현재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기관 간 실시간 소통을 지원하는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면역 체계에 관한 연구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안전하게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WRII 박준동 소장(의학과)은 “외부 기관으로부터 샘플 성분 분석 의뢰가 들어왔을 때, LIMS를 이용하면 성분 분석 결과뿐만 아니라 샘플의 초기 상태, 실험 과정과 실험 기기 작동 결과 등 종합적인 정보를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LIMS는 숫자 등의 정형 데이터만 취급했던 이전과 달리 사진 등의 비정형 데이터도 저장할 수 있어 편리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뢰 기간이 연구 내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오더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박 소장은 “LIMS를 통한 모든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라며 “따라서 의뢰자가 임의로 연구 결과를 조작해 발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WRII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강원도 홍천군에 ‘K-BiOpen 스타트업 파크’(스타트업 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BiOpen’은 biotechnology(생물공학)와 opened(개방된)의 합성어로, 바이오 산업이나 연구에 종사하는 이들을 모아 개방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박준동 소장은 “바이러스 감염병 출몰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치료제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라며 “따라서 스타트업 파크에 바이러스 감염병 대응 종합 센터를 설립해 신속한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발된 항체 치료제를 도서관에서 책을 쌓아 놓듯이 모았다가,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항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 항체 라이브러리’도 구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잘 늙는 그 날까지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고령화 사회*를 넘어서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길어져 고령 인구는 점점 많아질 것이며, 초고령사회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사람들은 이런 사회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노화·고령사회연구소는 의대뿐만 아니라 사범대, 농생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함께 모여 성공적인 노화 방법을 연구하고, 고령사회에 적합한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있다.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정진호 소장(의학과)은 “성공적인 노화란 노년에도 건강하고 인지기능이 뚜렷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상태”라며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노화에 잘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최근 이 연구소는 자외선이 피부와 함께 뇌의 노화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정진호 소장은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성 호르몬을 생성하는데, 코르티솔은 뇌로 이동해 해마의 신경세포 합성을 억제한다”라며 “따라서 자외선을 쐬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지기능도 떨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노화를 억제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연구소에서는 최근 뇌의 해마 생성을 촉진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를 이용해 노화 방지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정진호 소장은 “운동을 하면 뇌에서 BDNF를 만들어 머리가 좋아지는데, 피부도 BDNF를 생성할 수 있다”라며 “피부 세포를 음식에 배양해서 BDNF의 형성을 촉진하는 추출물을 얻은 뒤, 이를 노화한 생쥐에게 먹였더니 신경세포가 많아지고 IQ가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 물질은 임상시험 진행 중이다. 정진호 소장은 “이것을 먹거나 피부에 바르면 뇌의 인지기능이 회복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노화·고령사회연구소는 나이가 들더라도 몸은 노화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2018년 출생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지만, 건강수명은 64.4세다. 사망하기 전까지 20년 동안 몸이 건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노화·고령사회연구소는 이 기간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진호 소장은 “목표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같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 개인은 제3기 생활(은퇴 이후 건강한 노후 생활)을 설계하고 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삶에서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가치 중 하나지만 바쁜 일상에서 건강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이 연구소들을 찾아보면, 건강해지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고령화 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

*고령 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삽화: 유지원 기자 uz109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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