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교육
방황하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교육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9.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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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청소년 성교육의 문제점을 톺아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2018년부터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나다움 어린이책)을 통해 아이들의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아동 도서들을 선정해 왔다. 그러나 지난 달 나다움 어린이책으로 선정된 일부 도서가 아이들의 ‘조기성애화’를 촉발한다며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논란이 된 도서는 1971년 덴마크에서 출판된 성교육 도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로, 남녀의 성애와 아기의 탄생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결국 여성가족부에서는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포함해 논란이 된 책 열 권을 전부 회수 조치했다. 그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 올바른 성교육이란 무엇이고, 나아가 제도권 내에서 본격적인 성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성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성교육의 실태와 성교육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성교육 표준안을 둘러싼 논의들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성교육 내용이 성에 대한 청소년의 실제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형식적인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디어의 발달로 청소년은 성에 대한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 데 비해 학교에서는 ‘성범죄 예방’과 같은 제한적인 내용을 가르칠 뿐 실제 성관계나 성평등, 성적 지향성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교육 전문가 심에스더 씨는 “학교나 외부 기관에서는 성교육을 진행할 때 대부분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 차원에 국한해 이야기하기를 부탁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2015년 청소년 성교육 내용의 통일성과 실질적인 성교육 시행을 목표로 ‘성교육 표준안’을 마련해 배포했다. 성교육 표준안은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 최초의 성교육 지침서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시기별 적절한 성교육 내용 및 방식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성교육 표준안의 주요 집필진으로 참여한 이규은 교수(동서울대 사회복지학과)는 “가정의 붕괴가 증가하면서 청소년들의 성 관련 문제 또한 급증해, 체계적인 성교육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라고 성교육 표준안의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성교육 표준안 마련 과정에서 자문을 받은 집단이나 전문가가 정치적·종교적으로 편향돼 있으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대유 교수(경기대 교육대학원)는 “집필진 측에서는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하나, 여성가족부는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 뒤늦게 통보받았고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의 의견은 표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54개의 종교 단체로부터 자문을 받는 등 보수 성향 단체 및 기독교 단체 위주로 의견 수렴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이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은 제정 당시부터 꾸준히 나왔다. 성교육 표준안을 바탕으로 제작된 교재에 ‘여성의 바른 옷차림은 치마다’,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이다’와 같은 성차별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심에스더 씨는 “성교육 표준안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고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라는 내용이 있다”라며 “이는 남성을 이상한 존재로 몰아가는 동시에 성과 관련된 모든 책임 소재가 여성에게 있다는 왜곡된 통념을 강화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이 성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며 금욕주의적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성교육 표준안은 “성 행동은 금욕을 기본으로 가르친다”라고 명시하는 등 청소년의 성적 욕망이나 성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금욕주의적 성교육은 청소년이 성에 대해 불필요한 수치심이나 불안감 등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김대유 교수는 이에 대해 “청소년을 보호·육성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라며 “종교적인 순결주의를 강조해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교육 표준안의 기본 방침인 ‘양성평등’에 기반한 이분법적 성 구분은 성소수자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청소년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성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2014년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인 ‘친구사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하의 성소수자 청소년 중 45.7%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3.3%에 달했다. 이는 많은 수의 성소수자 청소년이 학교에서 성 정체성을 이유로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겪거나,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대유 교수는 “성교육 표준안과 같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비가시화하는 것은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나와 있는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이자 성소수자의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성교육 표준안은 내용에 있어 많은 비판점을 안고 있지만, 이는 성교육 표준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에 대한 실제 사회의 왜곡된 인식과 차별적인 구조에서 기인한다. 2018년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에서 청소년 60,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5.7%였으며 이들의 평균 성관계 시작 연령은 만 13.6세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미 상당수의 청소년이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경험함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성과 성관계와 관련된 지식을 상세하게 교육하는 것이 금기시된다. 이런 금욕주의적 인식은 성교육 표준안에 고스란히 반영돼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성교육 표준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이규은 교수는 “성평등이나 성소수자를 표준안 내용에 공식적으로 포함하기에는 아직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미흡하다”라며 “대한민국 헌법이 ‘양성평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 시스템에서 당장 이를 넘어서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학교 성교육 현장의 이모저모

성교육 시간에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한 문제 외에 이를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교사들이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교육 표준안과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청소년 성교육은 별도의 시간을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과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 그로 인해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15시간의 성교육 수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에 대해 교사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보건교사 A씨는 “보통 체육 시간 일부를 보건 수업으로 빼서 성교육을 진행한다”라며 “성적과 큰 상관이 없는 과목에서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성교육을 진행하는 교사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학교에서 청소년 성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제도적으로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보건 교사가 성교육을 담당하기는 하나 상황에 따라 담임 교사나 전혀 관련이 없는 과목의 교사들이 성교육을 맡기도 한다. 김대유 교수는 “원칙적으로 성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는 양성 과정에서 성의학 지식을 습득한 보건 교사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의 성교육 인력이 전문적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통로도 마련돼야 한다. 성교육 연수를 진행하는 기관이 부족하고 연수의 기회를 확보하기도 어려워 제대로 된 성교육 연수를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규은 교수는 “교육청을 중심으로 성교육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라면서도 “사실 시·도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연수의 실시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심에스더 씨는 “대부분의 성교육 연수는 인원 제한이 있고 특히 서울 외 지역에서는 참여하기 어렵다”라며 “요즘은 성교육 아카데미 법인이 많이 설립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성교육을 진행하는 교사들이 교육 내용에 대해 학부모나 외부 단체의 항의를 받을 때 그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성교육 표준안을 근거로 그에서 벗어난 성교육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이 논란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표준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어졌지만, 여전히 청소년 성교육에 있어 표준안이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에스더 씨는 “외부에서 진행한 성교육 시간에 어떤 학생이 동성 간의 성관계에 대한 질문을 했다”라며 “뒷자리에 앉아 있는 학부모들이나 기관 관계자들에게서 항의를 받을까 걱정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와 같은 공공 기관에서는 성교육 내용에 대해 강사를 잘 보호해 주지 않는다”라며 강사의 자체적인 노력과 별개로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소년 성교육이 나아갈 길

현재의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을 참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핵심적인 개념은 ‘포괄적 성교육’으로 이는 ‘성’을 넘어서 성개방, 성소수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하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을 의미한다. 또한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은 성교육 시간에 디지털 시대의 사이버폭력, 섹스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만 9~12세의 청소년에 대해 개인의 성정체성이 신체적 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청소년에게 금욕주의적 가치관을 주입하기보다는 신체적 접촉을 통한 쾌락과 성관계에서의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가르칠 것이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포괄적 성교육이 성행위 시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에서는 이에 대해 “포괄적 성교육이 성관계 시작 시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시작 시기를 늦추거나 성적 행동에 더 책임 있는 태도를 갖게 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서는 청소년의 가정 환경이나 성 정체성, 성병 여부 등에 따라 집단을 구분해 성교육 내용에 차이를 둬야 한다는 지침이 존재한다. 이는 성교육 표준안에도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김대유 교수는 “집단별로 다른 성교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외국처럼 학점제가 도입되면 몰라도 한국 학교는 단위제로 운영되기에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을 따르더라도 이를 한국 사회에 맞게 적절히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성교육 내용을 넘어서 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성에 대한 솔직하고 구체적인 교육이 아이들을 ‘조기성애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성교육을 아이가 아닌 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생기는 우려일 수 있다. 심에스더 씨는 “20대 이상 성인에게 성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 ‘동공 지진’이나 ‘광대 승천’ 등의 반응을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이를 오히려 담담하고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라며 “왜곡된 성 관념을 접하기 전에 성에 대한 건강하고 편견 없는 지식을 솔직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성교육을 실질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규은 교수는 “‘보건과 안전’과 같은 과목을 따로 개설해 통합적인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다른 교과목에 통합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건 시간만의 시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체계적인 성교육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도 수반돼야 한다. 김대유 교수는 “절대적인 성교육 시수보다는 성교육의 체계성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성교육의 부족한 점과 보완점을 파악해야 연수에 체계성이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여전히 한국의 청소년 성교육은 인식과 제도가 미진한 부분이 많다. 성교육 시간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부족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구조적 장치도 미비한 실정이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빠르게 학습하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 성교육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져 청소년들이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 없는 인식을 갖기를 기대한다.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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