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도서정가제 개선안은 서점·출판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규제하고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들의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시행됐다. 몇 차례 개정을 거친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전자책을 포함한 모든 서적에 대해 정가의 10%까지만 직접 할인이 가능하고, 마일리지 등의 간접 할인 5%를 추가해 최대 15% 이내로 할인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도서정가제의 폐지, 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종이책의 경우 그동안 규제했던 도서전 할인 판매와 장기 재고도서 할인을 허용하고, 전자책의 경우 할인율을 20~30%로 확대하며 연재 중인 웹소설·웹툰은 완결 전까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예외적으로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반발해 30여 개의 출판문화단체는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개선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지역의 독립서점 중심의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등도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으로 문체부 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와 서점·출판업계의 갈등은 기존의 합의안이 일방적으로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심화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문체부와 도서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단체의 대표·전문가들이 참여한 ‘도서정가제 보완 및 개선 협의회’는 총 16차례 협의를 했고 주요 사안에 합의했다. 10% 가격 할인 틀은 유지하나 정가 재조정 시점을 출간 후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고, 출간된 지 1년이 안 된 책은 중고책방에서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최종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문체부는 ‘소비자 후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7월 말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다. 장기 재고도서를 정리하고 일부 품목에 한해 할인율을 높여 소비자의 선택권 증진과 출판시장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정가제가 수정돼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저가 도서 중심의 시장이 서적의 질적 다양성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폭을 줄이고, 정가제 도입 이전의 대형 유통업 중심의 도서시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강조한다. 인기도서나 수험서, 유아용 서적 등 수요가 높은 책들만 대규모 서점의 할인 공세에 힘입어 시장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전자책 할인율 증대와 웹 출판물의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조항은 출판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대기업 및 포털 등 거대 유통 플랫폼의 시장 독점과 지배력을 강화해, 독창적인 서적을 발간하는 중소 전자책 업체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체부는 문화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로서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산업정책에 적극 반영함과 동시에 서점·출판업계의 다양성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개선안이 ‘개악’이 되지 않으려면,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를 유지하면서 그 긍정적 효과를 지속시켜, 문화 생태계의 강화로 이어질 장기적 관점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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