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학신문』 2010호의 ‘★’(검은 별)관련 기사를 읽고, 잊고 있었던 나의 쓰라린 기억 하나가 되살아났다.

군 제대 후 복학해 여느 때보다도 학업에 충실했던 2학년 2학기를 마쳤을 때의 일이다. 다른 과목의 성적이 모두 공개되고 심지어 성적 입력 기간이 지나 성적 정정 기간이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한 과목의 성적이 ‘-’(하이픈) 상태로 남았었다. 걱정했던 다른 과목들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았고 나름 자신 있었던 그 과목만 남아 있어 기대가 높았던 터라,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성적 확인 페이지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지나친 기대가 독이 됐을까, 그 과목은 내 예상과 달리 매우 낮은 성적이 나왔다. 이후 수업 담당 교수님께 여러 번 성적 산출 근거를 메일로 문의했으나 답은 오지 않았고 그렇게 나의 성적 정정 기간은 허무하게 종료됐다.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보다는 왜 그런 성적을 받게 됐는지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성적 정정 기간을 흘려보냈다는 점과 담당 교수님이 고의로 성적 정정 기간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무엇보다도 화가 났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픈 기억이 또렷이 기억난다는 점이 놀랍기도 잠시, 나의 2011년도 2학기 아픈 기억이 2020년 현재 서울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차이점은 단지 대학 이름과 ‘★’(검은 별)이라는 표시의 차이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어느덧 대학에서 학생으로서 보냈던 시간보다 긴 시간을 직원으로 지내며 대학과 구성원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결과,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항상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수업과 연구, 학생 지도, 행정 업무, 회의 참석 그리고 외부 활동까지 이 모든 일을 수행하기에는 교수님들의 24시간이 늘 부족해 보인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아픈 기억을 심어주신 교수님 역시도 결코 나쁜 의도로 성적을 늦게 공개하거나 내 문의에 답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기다린 경험이 있다면 학생들의 초조한 새로고침 순간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도입된 본 제도가 성적 입력 기간 중 입력 여부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원래 취지와는 달리 학생들의 강좌에 대한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늘 학생을 먼저 생각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교원들과 학생들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대에서 근무하며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여러 대학을 이끄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늘 나에게 큰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용화랑 기자님의 2010호 기사를 계기로 교수자들과 학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별 볼 일 없는’ 성적 공개 제도가 도입되고 전파돼 서울대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대학 학생들까지도 더 이상 성적 확인을 위한 무의미한 새로고침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동철

인사교육과 선임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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