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는 긴급재난문자-지금도 내 휴대전화 화면에는 세 통의 긴급재난문자 알람이 떠 있다-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이 일상화됐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일상의 틈을 파고든 코로나19는 돌봄의 영역에도 파고들었다. 지난 14일(월) 보호자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화재가 발생해 어린 형제가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 기간 중 아이들 스스로 끼니를 챙기려다 일어난 일이었다. 또한 이미 수차례 아동 방임에 대한 신고가 있었고 법원에서 상담 처분이 내려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상담이 제한되면서 실제 상담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취약 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하고, 아동들이 제대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개별적인 사건을 넘어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 문제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의 등원 및 등교수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고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학생 간 학력 격차의 확대와 심화를 야기할 뿐 아니라 돌봄의 공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교는 물론이고 학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까지 문을 닫으면서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보호자 없이 혼자 혹은 아동끼리만 집에 남겨지거나 아동에게 필요한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만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가족 간 불화가 커지고, 이에 아동학대도 증가할 수 있다. 더욱 문제적인 지점은 평소라면 학교나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발견돼야만 하는 아동학대의 징후가 더욱더 비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정 내 돌봄의 역할이 커지면서 아동학대나 방임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자녀 돌봄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보호자가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할 수 없고, 휴가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전업으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하루 종일 일과 가사, 돌봄을 병행해야 함에 따라 피로와 스트레스, 우울감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아동 양육과 돌봄이 주로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구조 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성의 돌봄 노동 시간과 강도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돌봄 노동자의 경우에는 고용 위기를 겪거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직접 대면해야 하는 돌봄 노동의 특성상 코로나19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그 이전에는 예견하지 못했던 돌봄 문제들을 야기했다. 아니, 그것은 이미 예견됐거나 고질적이지만 외면해온 문제들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돌봄의 사각지대, 여성에게 편향된 가정 내 돌봄 노동과 그것의 비가시화, 저임금과 저평가에 시달리는 돌봄 노동자들 등등 말이다. 따라서 긴급 돌봄 정책의 재정비는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돌봄 시스템에 대한 논의와 돌봄 노동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촘촘한 사회 안전망의 구축, 근무시간 단축・재택근무・가족돌봄휴가 확대 등의 노동정책, 학교나 지역사회의 세밀한 모니터링 등이 요구된다. 그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도 필요하다.

 

유예현 간사

삽화: 유지원 기자 uz109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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