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가 고가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차량 가격에 상관없이 국가 및 지자체에서 약 1,2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차량 가격에 따라 이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에 환경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아 진화에 나섰지만, 올해 말에 있을 2021년도 전기차 지원사업 계획 수립 단계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런 논란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의 상승을 견인하는 ‘모델 3’ 차량이 최근 국내에도 출시되면서 올 상반기에만 1,000억 원 가량의 보조금을 쓸어가 화제가 됐다.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수입차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일부 언론과 소비자들이 수입 전기차 보조금 제한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한-미 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가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현재 지급 제한 가격으로 거론되는 5,000만 원과 1억 원 모두 테슬라의 두 차량 ‘모델 3’, ‘모델 S’의 가격과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은 전기차 보조금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의 목적은 차량 구매자로 하여금 내연기관(휘발유, 경유 등을 사용하는 엔진) 차량 대신 전기차를 구매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이다. 전기차가 국산이라고 해서 환경 보호가 더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수입산이라고 해서 환경 보호가 덜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고가의 전기차일수록 경쟁 모델의 배기량이 커지므로 오히려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할 것이다. 가령 4,000만 원 정도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쟁 모델은 배기량 2,000cc 정도의 ‘소나타’, ‘그랜저’ 등인데 반해, 1억 1천만 원 정도의 전기차 모델 S의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90’은 무려 3,800cc의 배기량을 갖고 있다. 실제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모델 S에 지급되는 보조금보다 50만 원 가량 많기 때문에, 환경 보호의 취지로만 본다면 오히려 모델 S에만 보조금을 몰아주는 것이 맞다.

한편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이 같은 논란은 보조금 지원 제도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느냐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현재 정부 및 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제도가 국내의 몇몇 대기업에 세금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테슬라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양대 산맥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부가 고가의 수입차에 대한 보조금 제한을 현실화한다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가의 수입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혁신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에 가까운 ‘오토파일럿’ 기능을 선보이자 국산차의 반자율주행 기능도 이에 맞먹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최근 국산차도 테슬라 차량처럼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아우디의 경우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하고자 전기차 모델의 사이드미러를 없애 공기 저항을 줄이는 혁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환경 보호라는 전기차 본연의 목적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및 자동차 업계의 혁신에 기여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차량 가격이나 수입차 여부를 두고 보조금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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