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대 에브리타임’이나 ‘스누라이프’를 검색하면 커뮤니티 게시판 글을 직접 인용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대가 ‘가장 부끄러운 동문’으로 누구를 뽑았다느니, 서울대생이 정부 혹은 특정 정치인에게 일침을 날렸다는 식의 내용이 주기적으로 보도된다. 커뮤니티의 글은 ‘서울대생’, 나아가 ‘청년’을 대변하는 것처럼 표현되고, 댓글난에서는 작성자를 두고 “역시 대한민국의 지성”이라고 칭찬하거나 “적폐”라고 폄하하는 등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최근에도 북한의 자국민 피살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는 글이 스누라이프와 에브리타임에 올라오자, 이를 근거로 ‘2030 청년이 정부에게서 등을 돌렸다’라고 주장하는 보도들이 흘러나왔다.

억울한 점은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의 글이 종종 서울대 여론과 상이하다는 것이다. 스누라이프는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과 졸업생의 참여율이 높고, 에브리타임은 일부 열성 이용자의 의견이 과잉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대학신문』에 들어오기 전에는 시간표를 짤 때 말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본 적이 없고, 주변에서도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사실 커뮤니티의 이용자조차도 그들의 의견이 서울대 전체의 여론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밖에서 만난 사람이 간혹 커뮤니티 글을 퍼 온 기사를 보고 “너희 학교 학생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이다.

그럼 왜 언론사들은 서울대 커뮤니티의 글을 비판적 의식 없이 퍼다 나르는 것일까? 글의 논조가 서울대 혹은 청년의 여론과 일치한다고 철썩 같이 믿어서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커뮤니티가 학생 의견을 포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의 글을 기자들이 받아쓰기 하는 것에 대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쓴 글이 인터넷에 널려 있다. 하물며 서울대를 출입처로 하는 기자 중 이 점에 완전히 무지한 사람은 더욱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 것에는 아마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했을 수도 있고, 마감 시간에 쫒겨 깊은 생각 없이 기사를 썼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참작할 만한 이유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기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베껴온 글이 전체 청년을 대표하는 의견인 양 ‘서울대생의 말’을 담은 기사를 계속 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생이 학외 사안에 대해 갖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어떤 ‘알 권리’를 충족하는가? 이들이 2030 청년의 지성을 대표한다는 시각은 잘못된 관념의 발로에 불과하며, 이들 또한 일개 대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여, 서울대생의 의견을 어떤 이유에서든 기사에 싣고자 한다면 반드시 성실한 취재가 동반돼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의 글을 무비판적으로 직접 인용해 그것이 서울대생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학생들이 실제로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폭넓게 조사하길 바란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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