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군 휴가는 계속 부분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입대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의 ‘신병위로휴가’나 병가와 같은 부득이한 이유가 아닌 이상 코로나 확산세가 조금만 강해져도 즉시 휴가가 통제되는 실정이다. 밀도 높은 집단 생활을 하는 군부대의 특성상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군인들은 이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자연재해와 같은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그로 인해 사람들의 정신 건강 또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많은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가운데, 생활과 자유가 더욱 제한된 군인들 또한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군인들이 정신 건강 문제에 노출될 위험성은 일반 시민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런데 휴가와 외부와의 접촉도 통제된 상황에서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장기화하자 군인들이 겪는 스트레스 또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휴가 통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분노, 지나친 경계, 불안, 불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군 내 가혹 행위나 탈영, 자살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 내에 소수의 상담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코로나19로 인한 군인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미진하다.

현재와 같은 방역 상황이 단기간 내에 종식되기는 힘들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군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관리’의 체계를 수립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상담관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고 보다 많은 군인들의 심리적 건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군인들에 대해서는 조기 진단, 상담, 치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대 인근 지역에서 일정 기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경우 외출을 허용하고,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환경을 마련해 제한된 형태로나마 면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부대에서는 이스포츠(e-sports) 경연대회를 기획하거나 편의시설 이용시간을 확대하는 등 생활면에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창의적 방법들을 발굴하고 공유해 군대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구성원들이 보다 긍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군대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집단이고 따라서 엄격한 기준으로 물리적, 사회적 방역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군인들의 정신적 건강과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심리적 방역에도 신경을 쓰는 것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군인들이 자유가 제한된 공간 안에서 근무하면서 국가를 위한 희생을 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통제가 아닌 세심하고 유연한 관리를 통해 앞으로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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