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시 〈B side〉

21일(월)부터 25일까지 ‘2020 서울대학교 예술주간’이 이어졌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캠퍼스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동아리 공연 등 다채로운 예술이 펼쳐졌다. 전공자 외에 비전공자도 자신의 재능을 한껏 뽐냈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예술주간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

 

미술시장에서 선호되는 작품 세계 바깥에는 어떤 시도가 있을까? 23일(수) 11시 ‘SNU_ARTSPACE : 서울대 예술주간’ 유튜브에 온라인 전시 〈B side〉가 공개됐다. 1년간 미학과, 동양화과 학생들이 진행한 세미나의 보고전이다. 김다히(동양화과·10·졸) 외 5명의 동양화 작가와 남상영(미학과·13) 외 2명의 미술 이론가는 기존의 작품 형식을 벗어나 실험적 ‘일탈’을 수행했다.

전시 제목 〈B side〉는 LP 시대의 음악가가 실험적이거나 ̒히트̓ 칠 수 없다고 판단한 곡을 음악 앨범의 B면에 싣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작가들은 보통 ‘스타일’을 자기표현 방식의 일부로 여긴다. 이 때문에 작가는 대중의 관심을 받고 상업적 효과를 내기 위해 대중이 인식하는 자기 스타일에 맞춰 작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쉽다. 반면 LP 시대 음악가들은 앨범의 A면에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히트곡을 수록하고 B면에는 본인의 스타일이 아니어도 창작 욕구를 분출하는 작업을 공개했다. 그렇게 B면에 실린 작품은 음악가의 실험 과정에서 나온 곡들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기도 했다. 

〈B side〉의 기획 의도처럼 온라인 전시 속에는 작가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있었다. 이정연 작가(동양화과·12)의 작품 〈모범생 콤플렉스〉는 자신이 가진 ‘모범생’ 스타일을 벗어내는 시도를 표현했다. 전시장에는 풀숲을 그린 작품과 이름이 없는 씨를 기르는 화분이 설치돼 있다. 남상영 미술 이론가는 작품에 대해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창조의 끝에는 이름이 있었다’라는 성경의 구절을 들어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는 이름이 없어 무규정적이었던 존재가 강박적으로 자신의 의미에 맞는 행동과 태도로 살아가게 한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작가는 작품에 〈모범생 콤플렉스〉라는 제목을 지어 한국에서 성실하게 교육을 받고 자라 ‘모범생’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자신의 모습에 마냥 만족하지 않는 모습을 투영한다. 그는 ‘모범생’이라는 표현에 본인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편, 이런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진 존재다. 작품에서 작가는 그런 본인의 모습을 정리된 듯하면서도 마구잡이로 풀이 자란 정원으로 나타냈다. 

김태연 작가(동양화과·06)는 〈모두의 사생활-사활의 충전〉이라는 작품을 공개했다. 여러 가지 천을 바느질해 만든 이 작품은 생명체의 모습을 띠며 사람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으며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붓으로 평면 작업을 구성하는 데에 익숙하기만 했던 작가는 〈B side〉 전을 계기로 사방의 면이 관객에게 공개되는 입체작품에 도전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료를 깎는 조각은 아니었지만, 물성과 부피감을 느끼게 하는 점에서 조각적 시도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조현지 미술 이론가(미학과 석사과정·18)는 입체 작품에 대해 “실제 재료를 직접 제시해 다양한 각도로 3차원의 공간에 튀어나오게 함으로써 관객이 작품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바라보게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9명의 작가는 1년간의 주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풍성한 내용의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모두 기존에 해 오던 예술에 관한 글쓰기와 작품 연구에 충실한 이들이었지만, 6명의 작가는 기존의 회화 방식을 탈피했고, 3명의 미술 이론가는 자신의 문체를 벗어 던지는 시도를 보여줬다. 아마 지금도 어떤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A side’에만 얽매이지 않고 잠깐 ‘B side’로 넘어와 자유롭게 작품을 제작하는 시도를 한다면, 새로운 작업을 하는 낙(樂)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가득했던 닷새가 막을 내렸다. 특히 온라인에서도 진행된 이번 예술주간은 힘든 시기 마음의 여유를 잃고 지내던 구성원들에게 여유를 선사하고 미소를 띠게 했다. 예술주간을 통해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비록 예술주간은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서울대를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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