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찬(전기정보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김경찬(전기정보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지난달 28일,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후기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학부생으로서 나의 시간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군대 기간을 포함해 6년 반, 문득 대학생으로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기간을 보냈는가를 되돌아봤다. “동아리, 연애, 교우관계, 공부 모두 어느 정도는 챙기긴 했는데, 전공과 관련된 기술들을 좀 경험해 볼 걸… 타과 과목들을 좀 수강해 볼 걸…” 하며 대학 생활 기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뒷맛이 남은 것 같다. 과욕일 수도 있으나 어쨌건 그간 내 선택을 돌아보니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는 것과 기존 지식을 활용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원리를 ‘Exploration-Exploitation Tradeoff’라 한다. 한국어로는 ‘탐색과 활용 간 균형’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기계학습의 한 분야인 강화학습을 공부하며 처음 접했으나, 사실 정책·경제 분야에서부터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우리가 밥 한 끼를 먹더라도 동네의 잘 아는 단골 식당에서 예상할 수 있는 만족감을 추구할 것인지(활용), 아니면 처음 가 보는 식당을 선택해 일종의 도박을 감행할 것인지(탐색)를 고민하는 것이 한 예시다.

그리고 ‘균형’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적절한 탐색과 활용 모두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어떤 공부와 잘 맞는지, 연애 스타일은 어떠한지 등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탐색하며 자신을 알아간 사람과, 한 우물만 판 사람 중 아무래도 전자의 경우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다양한 측면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 저 분야를 얕게만 공부해서는 아무리 많은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없듯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이뤄줄 법한 선택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탐색과 활용 간 균형 문제에 정답은 없으나, 강화학습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초기에는 탐색을 많이 하되, 시간이 지나 정보가 축적될수록 탐색을 줄이고 활용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학문의 길을 선택했다면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야 하고, 이 직종 저 직종을 경험해 보다가 내게 잘 맞는 직업이 있다 싶으면 깊이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탐색과 활용 중 어느 한쪽만을 지향하기보다는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보다 바람직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Tradeoff’라는 단어에는 ‘한 가지를 추구할수록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 있다. 동시 추구의 제한은 우리가 가진 자원의 한계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경제적 위치, 그가 처한 환경과 유한한 시간 등이 될 것이다. A가 어학 연수를 가고 여러 연구실에서 인턴 경험을 하며 관심 있는 공부를 마음껏 할 동안 B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것처럼, 주어진 자원의 양은 제각기 다르고 탐색과 활용 간 균형을 아무리 잘 잡더라도 이런 한계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관성을 극복하고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한 가지를 지속할 때의 권태감 역시 올바른 균형을 잡는 데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런 감정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각자가 마주한 한계 내에서 추구하는 바를 최대로 이룰 수 있도록 탐색과 활용을 실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서, 내가 대학 생활에 남긴 후회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내가 잘하던 것, 필요한 과목들을 수강하며 과제와 공부를 충실히 하고, 시험을 잘 봐서 좋은 학점을 받는 능력을 잘 ‘활용’하기는 했으나, 그 외에 대학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고 미래에 도움이 될 다양한 선택지들을 충분히 ‘탐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니 학부 생활은 조금 더 탐색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당장 눈앞에는 기나긴 대학원 생활이 펼쳐져 있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연구 분야를 ‘탐색’한 뒤 나의 전문성으로 삼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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