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이건 꼭 취재수첩에 써야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정말 많았다. 보통의 인내심으로 견딜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섭외 메일을 보낸 첫날, 답장이 스팸 메일함에 들어있는 줄도 모르고 절망했던 것부터 컨퍼런스 전날 새벽, 시차를 반대로 알고 있는 참석자를 위해 국제 전화를 걸었던 것까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방 안에서도 해외 취재를 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ZOOM으로 전 세계 학생들과 ‘코로나19 이후의 대학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안을 썼지만,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라는 피드백을 여름 방학 내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함께하는 기자들도 컨퍼런스 참석 경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컨퍼런스팀의 목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일단 다 해보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보낼지 고민하는 대신, 서울대와 교환협정을 맺은 대학의 학보사, 학생회의 이메일 주소부터 무작정 찾았다. 팀 전체가 며칠을 매달린 결과, 약 250여 곳의 학보사와 학생회 연락처 명단이 완성되었고, 그 후에는 곧장 사전과 ‘파파고’의 도움을 받아 영어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일정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영문 홈페이지를 제작하다가 내친김에 행사를 소개하는 영상까지 찍어서 올렸다.

문제는 우리가 보낸 메일을 사람들이 스팸 메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컨퍼런스 준비과정은 오해와의 사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신문사 홈페이지에 “It was not a spam mail”이라고 쓰인 팝업을 띄울 정도였다. 단체 메일을 돌리는 대신, 천 통이 넘는 메일에 대학 이름과 학보사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서 전송했다. 그들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도 어떻게든 알아낸 뒤 알람을 맞춰놓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야 메시지를 읽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애를 써도 돌아오는 것은 스팸 계정이라는 오해와 차단이었다.

컨퍼런스 당일까지 하루도 마음이 평안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컨퍼런스 전날에 연락이 닿지 않는 대학도 속출해 우리는 전전긍긍하며 스케줄을 바꿔야만 했다. 스페인 세비야대의 발제자인 알폰소 마르티네즈 씨에게 혹시 발표 시간을 바꿔도 괜찮냐며 메일을 보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가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이 바뀌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할 테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했고, 덕분에 잃었던 ‘인류애’를 회복했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낯선 대학이 보낸 메일 한 통에 밤새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9시간에 걸친 컨퍼런스가 끝났을 때 수척해진 참여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차라리 전우애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번 지면을 빌려 열정적으로 컨퍼런스에 참여해 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다른 국가의 학생들과 공유해 주고, 또 학생 대표로서 적극적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모습은 학생이지만 존경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이번 컨퍼런스 기획에 함께한 이현지, 정인화, 황예정, 최서영 기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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