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엔 고라니, 관악캠엔 ‘킥라니’?
관악산엔 고라니, 관악캠엔 ‘킥라니’?
  • 채은화 기자
  • 승인 2020.09.27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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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전동킥보드, 안전함과 편리함 모두 잡으려면

지난해 5월 전동킥보드 대여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로 전동킥보드는 학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체제로 학내 유동인구는 줄었지만, 이동수단으로서 전동킥보드의 이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캠퍼스 내 건물 사이와 학교에서 지하철역까지의 거리가 먼 관악캠퍼스 특성상 빠르고 편리한 전동킥보드는 서울대생의 이동수단으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전동킥보드를 가리켜 ‘킥라니’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이용자들의 낮은 안전의식과 이를 보완하지 못하는 약한 규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학내 전동킥보드 이용이 이대로 괜찮을지 현황을 짚어봤다.

 

◇편리한 이용자와 불안한 사람들=신속한 이동이 가능하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은 전동킥보드의 큰 장점이다. 평소 전동킥보드로 등교한다는 박대한 씨(경영학과·16)는 “경삿길을 편하게 갈 수 있고, 오토바이와 달리 보험과 등록 절차가 없어 간편하다”라고 말했다. 임종원 씨(언어학과·19)도 “학내에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있어 킥보드를 휴대하지 않아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동킥보드가 학내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수록 불편함을 느끼는 보행자와 운전자 또한 나오고 있다. 김지민 씨(언론정보학과·19)는 “경삿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오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했다”라며 “전동킥보드가 보이면 먼저 지나가도록 하고 걸어간다”라고 말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인문대 소속의 A교수는 “전동킥보드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어두운 시간에 차도로 운행해 눈에 띄지 않는 경우 사고가 날까 불안하다”라며 걱정을 표했다. 

◇낮은 안전의식과 미비한 주행 환경이 문제=캠퍼스 관리과는 전동킥보드 이용 시 △면허 소지 △안전모 등 안전장비 착용 △차도 운행 △핸드폰 및 이어폰 사용 금지 △보험 가입 등 안전규칙을 매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안전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 여전히 나온다. 임종원 씨는 “안전기구 착용, 차도 운행 등 일부 안전규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며, 김지민 씨도 “한 전동킥보드에 두 명이 타고 가는 경우도 봤다”라며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전동킥보드가 학내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전동킥보드의 미비한 주행 환경과 충전소 등 관련 시설의 부재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관악캠퍼스에는 전동킥보드 전용 도로가 없어 이용자들은 차도로 다녀야 하지만, 이용자들은 교통사고의 위험 등으로 인도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종원 씨는 “전동킥보드 특성상 인도의 울퉁불퉁한 길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는 것은 훨씬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이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안전 장비 대여 시설, 전동킥보드 주차 공간은 여전히 학내에 구비돼 있지 않다.

◇실질적인 규제는 어려워=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속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을 위해선 자동차 운전면허증 혹은 2종 원동 장치 자전거 면허가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 안전모 등 안전 장비도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인도와 자전거 도로 출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학내 전동킥보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어렵다. 캠퍼스 내부가 사유지로 인정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학교에도 전동킥보드 이용을 규제하는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캠퍼스 관리과 김원선 과장은 “외부에서 오는 전동킥보드를 다 단속할 수 없다”라며 “안전모 착용, 속도 제한 등 전동킥보드 안전규칙 위반에 대해 규제할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타 대학은 어떻게 규제하나=전동킥보드 이용이 증가하면서 일부 타 대학은 전동킥보드 규제안을 마련했다. KAIST 안전팀에 따르면 KAIST는 캠퍼스 폴리스의 긴급출동대원들이 전동킥보드 이용을 단속해 3회 이상 안전운행을 위반한 자는 징계위원회 대상으로 삼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며, 매 학기 초 전동킥보드가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안전수칙을 나눠 주고 서명을 받는 안전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팀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이용 자체를 막기보다 학생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선에서 이용을 규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화여대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전동킥보드 이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화여대 김세린 씨(철학과·19)는 “도로의 폭도 좁고 캠퍼스 유동 인구가 많은 이화여대 캠퍼스 특성상 전동킥보드 이용은 적합하지 않다”라며 “안전이 편리함보다 우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동킥보드 이용을 금지하는 학교의 조치에 학내 구성원들이 크게 불만을 느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학내 교통수단으로 안전하게 자리 잡으려면=전동킥보드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학생들의 안전의식 향상과 캠퍼스 내 주행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오는 12월부터 개정되는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가 없어도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하며, 헬멧 착용 역시 의무가 아니다. 이에 대해 김원선 과장은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에 대비해 안전지침 등을 계속해서 안내하고, 청원경찰의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모두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도로교통법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서로 배려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원선 과장은 전동킥보드 통행 도로, 헬멧 대여소, 전용 주차장 등 관련 시설 설치에 대해 “학내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환경적인 부분에 대해선 아직 논의된 바 없으나, 추후 필요하다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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