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이렇게 시작했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 세계 대학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수업과 학생 자치 활동은 대부분 중단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학생과 본부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중이다. 이렇듯 전 세계 대학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문제 상황과 대응방식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대학 환경의 변화를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수집하려는 시도는 찾기 어려웠으며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사례는 더욱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지난 6일(일) 전 세계 학보사와 학생회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대학 환경’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컨퍼런스 ‘Sharing Your Stories: Universities and Colleges After COVID-19’을 주최했다. 각 대학의 사례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대학이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총 10개국 12개 대학의 학생회·학보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서울대를 포함해 파키스탄의 라호르 경영대(Lahore University of Management Science), 스페인의 세비야대(Universidad de Sevilla), 독일의 뮌헨공대(Technische Universität München), 벨기에의 겐트대(Ghent University), 루마니아의 바베스-볼라야대(Babes-Bolyai University), 스웨덴의 스톡홀름대(Stockholms universitet), 덴마크공대(Danish Technical College), 필리핀의 아테네오대(Ateneo De Manila University), 미국의 브라운대(Brown University), 라이스대(Rice University),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의 학생들이 기조연설자와 워크숍 발제자로 참석해 컨퍼런스를 빛냈다. 워크숍은 총 네 개의 주제 △코로나19 시기의 수업 △코로나19 시기의 평가방식 △코로나19 시기의 학생 소통 △코로나19 시기의 대학 행정으로 구성됐다. 이번 기사에서는 컨퍼런스 내용을 ‘수업과 평가 방식’, ‘학생 사이의 소통’ 그리고 ‘학생과 본부 사이의 소통’으로 재구성해 전 세계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우리, 이렇게 수업받고 시험 봤어요

지금의 대학이 코로나19 이전의 대학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바로 수업 형태일 것이다. 지난 학기 대학 수업과 시험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지구 반대편 대학생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을까? 수업과 시험에 관한 다양한 대학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학기에는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지만, 이런 체제가 모두에게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스페인의 세비야대 학생회 소속 알폰소 마르티네즈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교수자와 학생이 많아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강의 없이 자료만 배포했던 수업도 많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세비야대 학생회에서 학생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가량이 비대면 강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세비야대는 추후 코로나19의 확산이 잦아들면 ‘mixed learning’ 방식을 도입해 일부 학생은 등교하고 나머지 학생은 수업 녹화본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재학생 다수가 인터넷이나 컴퓨터 등을 구비하지 못한 대학의 경우 비대면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벨기에의 겐트대 학생회 소속 엠마 모에르만 씨는 “본부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는 학생에게 적절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으나 조치가 늦게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세비야대 알폰소 마르티네즈 씨도 “본부에서 컴퓨터가 없는 학생에게 컴퓨터를 보냈으나 5월에야 모든 학생이 컴퓨터를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라호르 경영대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지급했다. 나아가 라호르 경영대 학생회 소속 마이다 타히르 씨는 “파키스탄에서 학생들은 전력 부족 같은 광범위한 인프라 문제를 겪고 있다”라며 “지금의 조치만으로는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보장받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대체로 비슷했던 비대면 수업 방식과 달리 평가 방법은 대학마다 제각각이었다. 덴마크공대는 학생들을 믿는 정공법을 택했다. 덴마크공대 학생회는 “학생들은 입학할 때 아너코드(honor code)* 서약서에 서명하는데, 본부는 이를 믿고 무감독 비대면 시험을 진행했다”라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전처럼 대면 시험을 치른 곳도 있었다. 겐트대의 엠마 모에르만 씨는 “기말고사는 홀 등 학외의 넓은 공간을 대관해 대면으로 진행됐다”라며 “현재 본부가 비대면 시험을 위한 소프트웨어 또한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겐트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성적이 급격히 하락한 학생을 위해 ‘코로나 체크’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엠마 모에르만 씨는 “지난 2년에 비해 지난 학기의 성적이 현저히 낮은 학생은 본부에서 만든 공식에 따라 점수가 상향 조정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의 뮌헨공대의 학생들은 온라인으로도 대면 시험처럼 다양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소프트웨어 ‘Artemis’를 개발하고 있다. Artemis를 개발한 한야 엘하셰미 씨는 기조연설에서 “Artemis에서는 객관식이나 논술형뿐만 아니라 도형이나 프로그래밍 답안도 작성할 수 있다”라며 “이를 더 고도화해 타 대학에도 제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언제나 북적이던 캠퍼스는 지난 학기 한산하다 못해 고요했다. 세계의 대학들, 그리고 대학생들은 모두 바뀐 수업 체제로 혼란을 겪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강현구 교수(건축학과)는 “혼란스럽더라도 대학은 교육을 멈출 수 없고, 학생은 배움을 멈출 수 없다”라며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며 학생들을 위로했다. 우리는 늘 그랬듯이,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계속 배움을 이어갈 것이다.

*아너코드(honor code): 구성원이 단체의 명예를 위해 지켜야 하는 준칙. 덴마크공대의 아너코드는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우리, 이렇게 함께했어요

온라인 수업, 평가 방식, 등록금 반환 등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바로 학생 자치 활동의 중단과 그에 따른 학생 간 소통의 부재다. 학교가 비대면으로 운영되면서 학생회는 물론 동아리, 학회, 문화행사 등 캠퍼스를 다채롭게 만들었던 학생 자치 활동의 맥이 끊겼다. 더 큰 문제는 그에 따라 학생들 사이의 교류도 단절됐다는 것이다. 특히 신입생들의 소속감 저하와 무력감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대학생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파키스탄의 라호르 경영대 학생들은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소통 창구를 확립해 비대면 상황에서도 활발히 교류할 수 있게 했다. 먼저 학기 초에 ‘왓츠앱’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수자와 면담을 진행하는 ‘가상 오리엔테이션 주’와 각 단과대와 교수들을 소개하는 ‘가상 캠퍼스 투어’를 운영했다. 아울러 이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의견을 본부에 전달하는 통로로서 학생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온라인 학생회 선거를 열어 학생사회를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는 온라인 토론과 연설, 캠페인이 이뤄지며,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라호르 경영대의 학보사 ‘The LUMS POST’의 기자 마나헬 칸 씨는 “전에 겪어본 적 없는 팬데믹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우리는 이전처럼 계속 소통하며 살아가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동아리 활동 및 문화행사 또한 온라인으로 환경을 바꿔 계속됐다. 라호르 경영대 학생들은 ZOOM뿐만 아니라 ‘구글 미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적절한 소셜 플랫폼을 활용했다. 라호르 경영대에서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리암 마자 씨는 “이런 플랫폼들은 학생들이 서로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 공동작업이 필요한 동아리 활동에 적합했다”라며 “각자 어떤 일을 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인하며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기존의 행사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서 나아가 현 상황에 맞는 새로운 행사를 만들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함께 영화를 보는 ‘넷플릭스 파티’, 소셜 미디어에서 하는 ‘가상 생일파티’, 유명인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 등의 즐길 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학보사도 학생과 본부, 그리고 학생 간의 소통을 촉진하는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코로나19로 캠퍼스가 봉쇄된 와중에도 대학에서는 끊임없이 이슈가 불거졌다. 학보사는 이에 대한 정보를 다듬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과 참여의 장을 제공했다. 라호르 경영대의 마리암 마자 씨는 “락다운 기간에도 등록금 인상과 캠퍼스 재개방 등의 문제는 제기됐다”라면서 “학보는 학교에 들리지 않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담론을 생산하는데 기여했다”라고 정리했다.

한편 코로나19는 학보의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도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엘리스 비바케 부학생회장은 “스톡홀름대의 학보는 처음부터 완전히 디지털화돼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도 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아테네오대의 제임슨 베하린 학생회장 또한 “앞으로 학보는 완전히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페이스북, 트위터, 팟캐스트 등의 뉴미디어를 더욱 많이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판적 진실의 원천으로서 학보의 역할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가치 있는 것은 더 빛나기 마련이다. 컨퍼런스 참여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시급한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오가는 순간에도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내비쳤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그 중요성을 깨닫고, 다른 학우와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이렇게 학교와 소통했어요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대학과 학생들은 무수한 학내 정책 의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대학들은 코로나19 대응 방침을 결정하고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는 작업을 이어갔으며, 학생들 또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본부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상반기 동안 전 세계에서 이뤄진 대학 본부와 학생 간 소통의 면면을 살펴봤다.

올해 각 대학 학생회는 예년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다. 안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을 수렴하고 밖으로는 본부와 부딪쳐야 하는 가운데 학생회가 본부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사례가 눈에 띈다. 루마니아의 바베스-볼라야대 학생회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대면 교육 수요조사를 진행해 기숙사 전면 통제를 막고, 기숙사비 감면도 이뤄냈다. 실험실을 쓰는 대학원생 등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남아야 하는 재학생 600여 명에게 본부가 별도의 요금 인상 없이 2인실 이하의 방을 제공한 것이다. 바베스-볼라야대 알렉스 선 부학생회장은 “처음에는 학교에 기숙사비 전면 감면을 요구했으나 학교와 타협해 중간지대를 찾아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캠퍼스 사용은 다른 대학에서도 쟁점이 됐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섣불리 캠퍼스를 봉쇄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스웨덴의 스톡홀름대는 지난 3월 17일 학생회를 배제한 채 본부가 캠퍼스 락다운과 전 학기 비대면 전환을 결정했다. 스톡홀름대 엘리스 비바케 부학생회장은 “학생회의 대학 정책 결정 참여는 1970년대에 기원을 둔 전통으로 스웨덴 법과 학칙에도 명시돼 있다”라면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대학이 학생회에 코로나19 정책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했는데도 (결과적으로) 본부가 옳은 결정을 내렸다면 다 괜찮은 것인가”라며 대학의 위기 상황 대처 방식에 의문을 남겼다.

라호르 경영대에서는 열악한 비대면 교육 환경으로 인해 캠퍼스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파키스탄 총리가 교육기관의 락다운 해제를 예고했음에도 라호르 경영대는 현재 가을학기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라호르 경영대 학생회의 마이다 타히르 씨는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도 중요하나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라호르 경영대의 ‘온라인 미투 운동’을 소개하며 캠퍼스가 권력형 성폭력 등 포괄적인 위험에서도 안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학생회가 학교와 성폭력 방지를 위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이 계속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심화된 교육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은 학점 부여 방식을 바꾸려는 학생회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라호르 경영대 학생회는 본부에 급락제 도입을 요구해 학생들이 C보다 낮은 평점을 받은 과목은 재수강을, C 평점은 ‘패스’로 변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브라운대 또한 급락제를 전면 도입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덜고자 했다. 이들 학생회는 교육 관련 단체나 아이비리그 등 대학 연합과 함께 대규모 대학생 모임을 꾸렸다. 미국 브라운대 윌리엄 조우 전 학생회장은 “광범위한 연대와 언론 보도로 우리의 요구가 개별 대학에 갖는 영향력을 키웠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대학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베스-볼라야대 알렉스 선 부학생회장은 “지난 학기 마련한 대책들이 다음 학기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학생 간 실효성 있는 의사소통 구조 확립 또한 필수적이다. 윌리엄 조우 학생회장은 “본부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단순한 조언이 아닌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가올 뉴노멀에 대학과 학생이 공존하는 길은 결국 소통으로 이어져 있다.

 

레이아웃: 신동준 기자 sdj3862@snu.ac.kr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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