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시대정신. ‘대학신문을 읽고’ 원고 작성을 위해 2012호 『대학신문』을 찬찬히 읽었다. 전체 16면에서 가장 눈에 띈 건 5면 하단의 『대학신문』 구독 안내문에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아홉 글자,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이었다. 요즘 일상적으로 접하기 힘든 표현이자, 소위 ‘오글거릴’ 수 있는 수식어지만, 그래서 어쩐지 더 반갑고 소중한 말처럼 느껴진다.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이 정확히 언제부터 『대학신문』을 상징하기 시작했는지, 또 여기에서의 시대정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저 혼자서 생각해 본다. 오늘 『대학신문』이 쓴 것과 쓰지 않은 것이 한데 어우러져 『대학신문』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오늘의 『대학신문』이 담고자 하는, 대변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지면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본다. 간호대 이전 사업과 조교 단체협약 체결 뉴스에서는 학내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으려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학생 독자의 궁금증을 글로도 만화로도 답해주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친절함도 느껴진다. 학내 전동킥보드 이용의 안전 문제를 지적한 기사는 시의적절하다. 이번 기사를 계기로, 캠퍼스 내 보행자, 전동킥보드 이용자, 운전자 등 다양한 이동 주체의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특집 및 기획 기사에서는 오늘의 『대학신문』이 무엇을 중요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게임계의 여성 혐오 및 차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과 교육, 코로나 시대 세계 대학의 대응과 경험,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경험하는 예술.

의견 지면은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접할 수 있어 반갑다. 효과적인 비대면 수업 활용법에서부터,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 관행,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이슈, 코로나19 시기 군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 ‘서울대생의 여론’을 부정확하게 보도하는 언론,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몸’ 이미지의 소비와 성차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특히 서울대학교 공동체에서 어떤 문제에 주목해 함께 고민하면 좋을지 제안해 준다. 

마지막으로, 『대학신문』의 독자로서 바라는 점 세 가지를 말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2012호가 그랬듯, 앞으로도 꾸준히 오늘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관점에서 충실히 기록해 주기 바란다. 둘째, 중요한 사안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끈질기게 반복해서 다뤄 주기 바란다. 설사 다른 이들은 모두 잊더라도 『대학신문』만은 잊지 말고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 바란다. 셋째,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꼭 쓰기 바란다. 최선을 다해 신중하게 쓰고 나서 만약 보도 내용에 실수가 있다면 이후 언제든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하지만 애초에 언론이 쓰지 않으면 독자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것만큼 언론이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결정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이라는 『대학신문』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길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김현석 교수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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