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의 식대 인상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런데 논의하는 와중에도 식대는 보이지 않게 계속 올랐다. 최근 생협 식당을 방문한 사람은 저가 메뉴는 줄고 고가 메뉴만 선택지에 오른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식대 인상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의 식대 인상으로 학내 생활비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생협은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찾아온 데다 학생 식생활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단체배식 부문 적자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생협의 재정적 어려움은 분명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식대 인상이 이뤄져도 몇 년간 적자를 메울 수 있을 뿐 조금 지나면 다시 수익 내기 어려운 구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생협은 식당, 매점과 각종 편의시설을 외주화하게 된다. 물론 외부 업체 입점이 학내 생활 환경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지나친 외주화는 학생 생활비를 올릴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다양한 식이소수자의 생활권도 보장받기 어렵게 만든다. 최근 생협 매장에서 외주 편의점으로 전환된 기숙사 편의점에서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존 채식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생협이 처한 상황이 학생에게만 불이익인 것은 아니다. 생협 노동자들도 학생 복지를 책임지느라 수익 내기 어려운 생협 구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권 보장 요구에 대해 본부는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자와 학생의 권리를 대립하는 것으로 놓고 분열이 조장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작년 생협 노동자 파업 이후 생협은 기숙사 식당 운영 시간을 축소한다며 생협 노동자 권리 향상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런 핑계 뒤에 임금과 노동 환경이 오히려 악화되는 현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코로나19로 생협 재정은 더욱 어려워졌고 가뜩이나 적절한 인력 충원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이제 무급휴직을 비롯한 재난 비용의 전가 앞에 놓여 있다.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학생 중심으로 꾸준히 이뤄지는 학교들도 있는 만큼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은 서울대 생협의 구조적 문제를 오랫동안 가렸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 복지를 위해 설립한 후 재정 책임은 완전히 전가하는 구조 속에서 서울대 생협은 말만 협동조합일 뿐 사실상 외주업체처럼 작동한다. 각종 공과금과 학교 공간을 대여하는 임대료도 부담해야 하고 수익을 학교 발전기금에 납부하는 구조에 생협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본부가 재정 책임을 지지 않아 생긴 비용은 학생 복지와 노동권의 축소로 이어졌고 학생과 노동자가 제한된 파이를 놓고 대립한다는 이미지도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은 코로나19 시국에 각국이 앞다퉈 시민 편익과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항공사 국유화 방안을 내놓고 있는 시대다. 본부가 학생 복지와 노동권에 대한 재정 비용을 제대로 책임지는 생협 직영화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학연대가 지금처럼 절실한 때도 없지 않을까?

 

이재현

서양사학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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