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캠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특집 | 학내 구성원과 동물의 공존을 묻다

오리, 길고양이, 그리고 들개. 관악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캠퍼스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으며, 학내 구성원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그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그간 학생과 교직원의 소식을 주로 다뤄왔던 『대학신문』이 오리, 길고양이, 그리고 들개의 캠퍼스 생활을 살펴봤다.

오리는 어쩌다 다리를 절게 됐나

지난 2018년 3월, 캠퍼스관리과(캠관과)는 자하연의 잉어 개체 수 조절과 수질 개선을 위해 집오리 두 마리를 데려왔다. (『대학신문』 2018년 4월 16일 자) 그들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자연이’와 ‘하연이’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자하연에 정착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모두 죽고 말았다. (『대학신문』 2018년 5월 21일 자) 그해 6월, 캠관과는 오리를 위한 집을 짓고 전용 사료를 준비한 뒤 농장에서 집오리 두 마리를 새로 데려왔다. 하지만 집오리는 농장에서 사료만 먹으며 자랐기 때문에 잉어를 잡아먹지 못했고 캠관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오리 두 마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하연 환경에 적응했고 연못을 거니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구성원들에게 그들의 울음소리를 닮은 이름인 ‘쀽이’와 ‘뺙이’로 불렸다. 

지난 2019년 1월, 절뚝이는 쀽이를 발견한 캠관과는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센터)에 그를 데려갔다. 왼쪽 다리에 관절염이 발생한 것이었다. 오리는 그간 연못 주변 목재 덱(deck), 콘크리트 등의 딱딱한 바닥에서 주로 생활했고, 센터는 이런 환경이 관절염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센터는 관절염 치료 및 만성화와 2차 세균 감염 방지를 위해 쀽이에게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했다. 처치 이후 상태는 일시적으로 호전됐으나 약을 끊은 이후인 5월경 쀽이의 왼쪽 다리 상태가 더 나빠지고 오른쪽 발바닥에 족피부염이 생겨 센터는 쀽이에게 다시 약물을 처방했다. 하지만 쀽이는 7월까지 계속해서 털이 빠지고 사료 섭취가 감소하는 등 상태가 악화돼 다시 한번 센터에 내원했으나 결국 지난해 7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비교적 건강했던 뺙이 역시 지난 6월경 오른쪽 다리에 관절염이 생겨 센터에 내원했다. 센터는 약물을 처방하고 캠관과에 사육 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캠관과는 뺙이가 딱딱한 바닥에서 걷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하연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해 동선을 제한했으며, 10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항생제를 섞은 사료를 주고 있다. 현재 연못과 풀숲, 흙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는 뺙이는 6월 내원 당시보다 상태가 좋아져 다리를 절지 않는다. 하지만 뺙이가 앓고 있는 퇴행성관절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학내 오리 사육 환경을 개선할 방안은 여러 가지다. 가금질병학 교실 최강석 교수(수의학과)는 “집오리 사육 시엔 왕겨나 톱밥 등의 깔짚을 바닥에 깔고 키운다”라며 “뺙이의 집에 깔짚을 깔아준다면 더욱 안락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장 연성찬 교수(수의학과)는 “현재 뺙이의 상태가 호전된 이유 중 하나는 헤엄치는 시간이 충분해졌기 때문”이라며 “연못이 어는 겨울철에도 일부 얼음을 깨서 오리가 헤엄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오리를 연못에 데려오는 일에 관해 최강석 교수는 “오리는 야생에서 무리를 이뤄 생활하기에 홀로 있는 오리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성찬 교수는 “보금자리 환경이 개선되고 겨울철에도 헤엄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뺙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마련하면 뺙이의 생활 환경은 더욱 개선될 수 있다.

 

그 많은 길고양이는 누가 돌보고 있나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관악캠퍼스 방방곡곡에 제각기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미술관(151동), 공대(34동), 중앙도서관, 대학신문사(75동), 수의대(85동),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311동), 관악사(900동) 근처 등 학내 많은 장소에서 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고양이들의 주 생활구역에는 그들을 돌보는 ‘케어테이커’가 있다. 케어테이커는 자발적으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집을 제공하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등 길고양이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학내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대학교 길고양이 집 지어주기 프로젝트’(『대학신문』 2017년 10월 16일 자), 관악구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2017년), 1·2·3차 ‘서울대 길고양이 TNR* day’(각각 2017년 11월, 2018년, 2019년 8월에 진행) 등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이 진행됐다. 이처럼 고양이들은 오래전부터 구성원의 관심을 받으며 캠퍼스에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고양이의 생활 속엔 많은 어려움이 숨어 있다. 현재 학내에는 고양이를 위한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케어테이커는 학생이나 교직원이고, 이들이 졸업이나 이직 등의 사유로 학교를 떠나면 고양이는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설이나 추석 등 연휴에는 학내에 케어테이커가 없기에 고양이는 먹이 부족 등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약 10년 동안 미술관 주변에서 생활했던 고양이 ‘모아’는 지난 설에 케어테이커가 자리를 비운 사이 먹을 것을 찾으러 관악산에 올랐다가 들개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이와 함께 한 마리의 고양이를 여러 케어테이커가 서로 간의 소통 없이 돌보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령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매일 고양이에게 음식을 공급하고 있다면, 고양이는 기분에 따라 먹이를 먹는 장소를 선택하게 되고 남은 음식물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학내 길고양이 대상으로 진행됐던 사업 역시 단발성에 그치거나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17년 캠퍼스에 설치됐던 2개의 급식소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사라진 상태이며, 당시 급식소 설치에 참여한 ‘사회적협동조합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길보협)조차 어떤 이유로 급식소가 사라졌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동물병원의 TNR 사업은 학내 모든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개체를 빠짐없이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어 여전히 TNR을 받지 못한 길고양이가 많다. 체계적이지 못한 돌봄 시스템과 더불어 학내 길고양이에 대한 일부 구성원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그간 학내에서는 누군가 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해 왔다. 한 케어테이커는 “같은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 중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고양이 집을 눈에 띄지 않는 풀숲에 숨겨두고 돌보고 있다”라며 일부 구성원의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길보협 서유진 대표는 “학내 케어테이커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스템이 마련되면 케어테이커 부재로 인한 고양이 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부터 서울대 길고양이 TNR day를 진행해온 황철용 교수(수의학과)는 “자발적인 케어테이커 단체가 있다면 수의대와 동물병원은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원활하게 학내 길고양이의 존재를 파악하고 TNR, 의료서비스, 마이크로칩 등록, 모니터링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구성원 모두가 길고양이 역시 학교의 구성원 중 하나임을 인식한다면 고양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캠퍼스를 누비는 길고양이들은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포획된 들개는 어디로 가나

관악산 일대에 보호자 없이 떠돌아다니는 들개가 산 지는 오래됐다. 2008년에도 캠퍼스에 들개가 출몰한 적 있으며(인터넷 『대학신문』 2008년 9월 6일 자), 지금도 청원경찰, 관악구청 반려동물팀, 관악구 지정 유기동물보호소를 통해 학내에서 들개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들개는 ‘유기견’으로 분류되며, 이는 들개가 사람들이 키우다 잃어버리거나 유기한 반려견이거나 그런 반려견의 새끼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들은 관악산에 터를 잡고 그 일대를 배회하며 생활하고 있고, 먹이를 찾아 관악사, 버들골(100동), 제1공학관(301동) 등지로 내려왔다가 구성원들에게 발견되곤 한다.

캠관과, 관악구청, 관악사에서는 들개 포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을 물거나 위협하고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원경찰 박재균 반장에 따르면 다행히 현재까지 캠퍼스를 배회하는 들개가 사람을 물어 피해를 준 경우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 유기견으로 분류되는 들개는 동물보호법 제3조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에 따라 올무처럼 들개를 다치게 하는 덫을 사용해 포획해선 안 되며 마취총이나 포획 틀을 이용해 포획해야 한다.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은 관악소방서 구조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평상시 들개 포획은 캠관과와 관악구청에서 설치한 포획 틀을 이용하고 있다. 청원경찰에서 제공한 자료(10월 7일 기준)에 따르면 관악사 운동장, 버들골, 풍산마당 등 캠퍼스 내 여러 장소에 11개의 포획 틀이 설치돼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포획 틀을 통해 포획된 들개의 수는 32마리이며, 2020년 한 해만 10마리가 포획됐다. 

구조 작업이나 포획 틀을 통해 포획된 들개는 관악구 지정 유기동물보호센터(보호센터)로 인계된다. 관악구청 반려동물팀에서는 개를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사이트에 인계일부터 10일간 ‘보호 중 동물’(보호)로 등록해 보호 사실을 공고한다. 공고 기간 중 개의 보호자가 나타나면 개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고, 그렇지 못하면 개의 소유권은 관악구로 귀속된다. 이후 개는 10일간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동물보호센터’ 등 다양한 사이트에 ‘입양 대기’(대기) 상태로 등록된다. 이 기간에 개를 입양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개의 인도적 처리(안락사)가 허용된다. 하지만 보호센터는 20일(보호 10일, 대기 10일)의 보호 기간이 끝나도 개를 인도적 처리하지 않고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호하고 있다. 포획된 들개의 입양 현황에 관해 보호센터 관계자는 “새끼의 경우 비교적 입양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성견을 입양하려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개에게 사회화 훈련을 진행하고 외국으로 입양 보내기 위해 성견 몇 마리를 데려갔다”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많은 들개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관악산 일대를 누비고 있다. 혹여나 들개를 발견한다면 질병과 기아의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청원경찰실(02-880-8112)로 전화하자.

지금까지 오리, 길고양이 그리고 들개가 캠퍼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살펴봤다. 그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와 캠퍼스에서 공존해 왔다. 우리는 캠퍼스를 약자의 자리에 있는 동물까지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오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연못을 헤엄치고 길고양이가 평화롭게 캠퍼스를 누비며 들개가 굶주림에서 벗어나 보호자의 품에 안길 방법이 무엇일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TNR(Trap-Neuter-Release): 개체 수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한 뒤 원래 장소에 풀어 주는 활동

 

사진: 윤희주 사진부장 yjfrog00@snu.ac.kr,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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