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예술의 미래: 장르를 넘어, 경계를 넘어
융합예술의 미래: 장르를 넘어, 경계를 넘어
  • 신다솜 기자
  • 승인 2020.10.18 05: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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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융합예술 플랫폼 Unfold X’로 엿본 융합예술의 현재와 미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예술에 기술을 결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융합예술’은 캔버스나 음반과 같은 고정된 형태를 넘어 디지털 미디어,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예술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흔히 ‘미디어아트’라 불린다. 데이터 자료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시각화하거나, 감정을 데이터화한 뒤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10년간 융합예술 분야를 지원해 온 서울문화재단의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아이디어’는 지속 가능하고 확장성 있는 융합예술의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융합예술 플랫폼 Unfold X’(Unfold X)로 확장 및 개편됐다. 『대학신문』에서는 융합예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Unfold X를 살펴보고, 융합예술 분야가 나아갈 길을 탐색했다.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다=‘Unfold X’는 한국 최초의 융합예술 플랫폼으로, 전시 〈Xhibition〉과 학술대회 ‘Dialogue X’, 지원 사업 공모 ‘Project Unfold X’로 구성됐다. 융합예술의 지난 10년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전시 〈Xhibition〉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소리나 문학, 게임 등의 요소에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융합예술 분야의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전시는 정의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Xplore)와 감각의 ‘확장’(Xpand), 예술적 ‘체험’(Xperience)에 초점을 맞춘 세 영역으로 구성됐다. 전시에 참여한 여덟 명의 예술가는 예술과 기술 간의 융합으로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며,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계와 새로운 예술적 경험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팀보이드의 작품 〈Log〉는 실시간 출생·사망 데이터를 투명 아크릴 패널에 기록하는 로봇 퍼포먼스 작업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조명 아래 흰 로봇팔과 검은 로봇팔이 투명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설치돼 있다. 〈Log〉의 퍼포먼스는 인구변화 예측 사이트 ‘worldometer’와 연동해 진행된다. 전 세계의 실시간 출생자 수가 만 명 증가하면 흰 로봇팔이 움직여 아크릴 패널에 음각으로 네모를 새긴다. 거꾸로 실시간 사망자 수가 만 명 증가하면 반대편의 검은 로봇팔이 움직여 흰 로봇팔이 그려놓은 네모에 빗금을 친다. 이렇듯 겹치지 않는 묘한 네모들의 구성으로 채워져 가는 아크릴판은 실제 출생·사망 데이터를 시각화함으로써 관람객에게 기묘한 감정을 안긴다. 팀보이드 작가는 “인간이 배제된 상태에서 로봇에 의해 출생과 사망이라는 중요한 데이터가 기록된다는 것 자체가 기술 중심의 시스템 사회를 대변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팀보이드의 로봇 퍼포먼스 작품 〈Log〉
팀보이드의 로봇 퍼포먼스 작품 〈Log〉

박승순의 작품 〈W.W.W.〉는 네 개의 공간으로 구분돼 있으며, 음악과 사운드를 기반으로 ‘인간, 자연, 그리고 기계의 공존’에 질문을 던진다. 작품 제목 〈W.W.W.〉는 폴 고갱의 작품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에서 차용했다. 〈W.W.W.〉의 한 공간에는 물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기관이 설치돼 있다. 박승순 작가는 수도관 속 물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물의 리듬감과 연결성을 발견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관람객이 물의 속성을 통해 인간의 심장, 나아가 지구에서 이뤄지는 거대한 순환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인공지능 사운드 스케이프(뉴로스케이프)*로 만든 소리와 자연에서 녹음한 소리를 번갈아 들어보도록 함으로써, 인공과 자연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시각적 이미지에 대해 인지 교란을 겪는 것과 같이 인간의 청각도 도시화·산업화로 자연과 멀어지면서 구분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느꼈다”라고 작품의 의도를 풀이했다.

 

◇일회성 전시에서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향해=Unfold X의 일환으로 열린 토론회 ‘Dialogue X’에 참여한 융합예술 기관 관계자들은 국내 융복합 예술 분야의 창작 지원, 전시, 연구, 네트워킹이 가능한 통합적 플랫폼의 부재를 지적했다.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은 “우리나라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예술 작업, 지원, 연구 등이 기관별로 모래알처럼 따로 논다는 것”이었다며 “더 건강한 생태계 형성을 위해 서로 대화하고 협업하고 분업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융합예술에 입문하는 작가들을 위한 기술진 매칭이나 창작자와 기술 개발자를 아우르는 인력 개발, 작가들 간의 교류 기회 제공 등 ‘융합예술 플랫폼’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서울문화재단 융합예술 TFT 김건희 대리는 “Dialogue X에서 이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바로 함께 사업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면서도 “통합적 플랫폼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또한, Unfold X는 융합예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융합예술은 기술이나 장비를 연구·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기존의 예술 지원 시스템의 장르적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정한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최초 전시 후 작가의 지속적인 작업과 활동에 대한 지원이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건희 대리는 “기존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서는 융합예술이 다원예술이나 시각예술로 분류되면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채 비주류로 존재했다”라며 “Unfold X를 통해 융합예술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더 폭넓게 융합예술 작품을 지원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융합예술이 나아갈 길과 새로운 과제=한편 융합예술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매체나 예술적 표현을 탐색해 나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가운데 전통적 개념의 예술 창작 방식은 전면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시각예술 전시를 넘어 공연예술, 온라인 미디어·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의 예술적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김건희 대리는 “융합예술에 대한 지원이 주로 시각예술 범위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지금까지는 기술과 예술이 만날 때 시각예술의 비중이 높았다”라며 “이제는 기술을 활용한 탈장르적인 프로젝트를 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융합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상황에서 융합예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소영 대리는 “코로나19 이후에 기술은 문화예술이나 문화 콘텐츠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시대 창작자와 향유자를 이어주는 도구로써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익대 ‘MR 미디어 랩’ 박남희 연구교수는 ‘코로나19 같은 자연의 역공에 대한 인간의 대응’ 등 융합예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뤄야 할 주제를 던지기도 했다. 앞으로 융합예술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기술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면서, 기존의 전시 형태를 넘어 비대면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예술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예술은 매체와 미학, 예술의 주체 등에 있어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Xhibition>의 작품들이 말하듯,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보편적인 메커니즘을 발견해 실제처럼 보이는 허상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재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이제는 기술의 자율성과 인공지능의 창의성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술에 현혹돼 인공지능이라는 매체 자체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나 새로운 미학 담론에 대한 고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미래 융합예술의 주체는 아예 특수한 영역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스스로 생산하는 창의성을 가진 인공지능이 될지도 모른다. Unfold X를 계기로 예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련 기관들의 협업이 이뤄져 나가길 기대한다.

 

*인공지능 사운드 스케이프(뉴로스케이프):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풍경을 연상시키는 소리(소리풍경)로 변환하는 기술. 2017년 박승순, 이종필이 공동 개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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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영 2020-10-19 15:02:13
이해가 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