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2020 미국 대선의 쟁점과 국제정치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다

11월 3일, 제46대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이 보름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맞붙는 이번 대선은 전례 없는 선거로 여겨진다. 미 전역에 퍼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선거 유세가 어려울뿐더러 투표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과 9월 사망한 루스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 지명 문제 등 대선을 앞두고 터지는 ‘서프라이즈’ 또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외교적 대응책을 수립하기 위해 미국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0 미국 대선, 쟁점은 무엇이고 누가 승리할 것인지, 그리고 한국을 둘러싼 국제 관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짚어 봤다. 

 

코로나19와 양극화 속 미국 대선

트럼프 행정부 아래 지난 4년간 미국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바로 ‘분열과 양극화’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에서 유례없이 심각한 이념적, 정서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상응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트럼프가 집권하는 동안 통합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갈등과 분열의 메시지만 남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로써 현재 미국 대선은 트럼프 심판론을 내세우는 반(反)트럼프 세력과 트럼프 옹호 세력 간의 극단적 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치러진 1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정책에 대한 논의보다 고성과 험담으로 채워지며 미국 정치가 처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줬다.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언론이 이를 중재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권자 간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미국의 언론 환경은 한쪽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당파 매체’(partisan media)로 특징지어진다. 하상응 교수는 “진보와 보수 유권자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의견만 찾아 듣는 ‘확증 편향’에 휩싸여 서로 완전히 상이한 정보를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선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코로나19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또한 보편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채 정치화된 주제로 전락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해 경기 활성화를 촉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공화당 지지자는 찬성, 민주당 지지자는 반대 견해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는 여전히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부실한 의료체계 문제가 재부상하며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됐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는 오바마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오바마케어’다. 오바마케어는 사설 의료보험을 구입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의료보험을 제공해 주는 정책이다. 트럼프는 재임 시기 내내 오바마케어를 ‘재앙’이라 부르며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온 반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은 이를 보완해 확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상응 교수는 “정책 관련 토의가 거의 없는 이번 대선에서 그나마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의료보험 문제”라며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지대함을 시사했다. 

코로나19는 투표 방식도 변화시켰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고려해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주가 늘어났는데, 이것이 선거에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편투표는 투표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투표 용지를 우편에 부쳐 투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각 주마다 우편 투표 제도가 다르고 까다로운 탓에 여론보다는 주 차원의 선거 관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우편 투표 과정에서 배송 지연 및 개표 실수, 무효표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상응 교수는 “유권자들이 복잡한 우편 투표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 다량의 무효표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이는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더욱 심각할 것”이라 우려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가 바이든에 밀리는 형국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대선 결과는 섣불리 확신하기 어렵다. 하상응 교수는 “바이든이 압승하거나, 바이든이 신승(辛勝)하거나, 트럼프가 신승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만이 유효하다”라고 분석하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패할 경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바이든이 신승한다면 트럼프는 반드시 부정 선거를 주장할 것”이라며 “정치적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미국은 폭동, 내전 등 상상을 초월하는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vs 전략적 인내의 바이든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은 한국 정부의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는 정상 간 대화와 결단을 통해 북핵 문제를 다뤄 왔지만, 취임 초기부터 이런 기조를 고집한 것은 아니다. 2017년까지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로 대변되는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쳤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고려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기조가 한순간 크게 변화한 것은 국제 관계에 대한 이해에 기반했다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지환 교수(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개인적 성향과 이익에 따라 이뤄지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며 “과거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일관된 틀 속에서 이뤄진 것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는 돌파해야 할 국내 문제가 없다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며 “트럼프가 재선이 된다면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대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든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기존 노선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시행했던 ‘전략적 인내’, 즉 원칙에 따라 제재를 지속하며 북한이 조건을 만족할 때까지 큰 행동을 취하지 않는 전략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한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집권기와 현재 북한의 핵 개발 수준 차이가 큰 만큼, 전략적 인내는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동맹 재건을 최대 목표로 내세운 바이든은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하며 북한에 대응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더 안정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황지환 교수는 “트럼프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바이든의 당선이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며 “바이든의 정책과 우리 정부의 정책을 조화시킬 수 있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승리해 미국이 북핵 문제에 소극적으로 바뀔 경우, 북한과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한미 동맹, 어디로 함께 가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는 전통적 의미의 미국 패권주의를 뒤흔들어 왔다. 트럼프는 기존의 조약과 동맹, 자유무역 등이 미국에 오히려 손해를 입혔다며 국제 조약에서 탈퇴하고 외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 한·미 동맹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혜정 교수(중앙대 정치국제학과)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한·미 동맹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은 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한 ‘군사 동맹’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 협력과 환경문제 공조 등 전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가치 협력을 의미하는 ‘전략 동맹’으로 확장돼 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그 모든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분담액은 한·미 동맹의 협정 및 법체계의 기본 틀을 전부 무시하는 것으로, 미국 관료들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혜정 교수는 “한국은 트럼프의 유례없는 주장과 함께 전통적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 관료들의 관성적 요구까지 두 가지의 상반된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한·미 동맹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조약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동맹의 목적과 양국의 노동 분업, 비용 분담 등 동맹의 근거를 완전히 새로 세우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우리는 동맹의 본질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혜정 교수는 “동맹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라면서 “우리의 국익에 미국과의 동맹이 도움이 되느냐를 대원칙으로 놓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동맹의 근거를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동맹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이든이 되더라도 한·미 동맹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바이든은 훼손된 동맹을 이전 상태로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꼭 한국에 이득이 될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기 때문이다. 이혜정 교수는 “미국은 점점 동맹 간 새로운 분업 체계를 원할 것”이라며 “미국의 동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동맹의 성격과 근거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동맹의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은 경제를 넘어 총체적 분야의 패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그에 따라 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중심 잡기 또한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떠올랐다. 격화된 미·중 갈등의 원인에 대해 최진백 교수(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것처럼 보이나, 내면에는 서로의 지향점이 달라 경제적 상호의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한다”라고 풀이했다. 미국은 90년대 이후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지향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중국에서 시진핑 중심의 ‘경성(硬性) 권위주의’ 체제와 국가의 경제 개입을 정당화하는 ‘국가자본주의’가 공고해지면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하고, 그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대항 프로그램인 ‘블루 닷 네트워크’(Blue Dot Network)와 반중 경제 블록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을 추진하며 반중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진백 교수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은 기존의 일방주의 정책과 반중 연대를 통한 중국 압박을 혼합한 방식”이라며 “바이든의 정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견했다. 다만, 바이든의 경우 동맹국, 국제기구와 같은 다자적 틀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신냉전이 돌이킬 수 없는 외교적 추세가 되면서, 한국은 대중 압력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드러났다. 이에 우리 정부의 지혜로운 외교적 대응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진백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중 갈등의 중심 문제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양국에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함으로써 한국에 불가능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최진백 교수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증진하려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한일 관계 개선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를 키울 뿐 아니라 중국과의 대화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일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결과는 다방면에서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못지않게 양극화된 한국의 정치 환경은 중요한 외교, 안보 이슈에 한목소리로 대응하기 어렵게 한다.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외교 문제는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치우치기보다는 실리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국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초읽기에 돌입한 2020 미국 대선, 우리 정부는 결과에 따른 세심한 전략을 수립해 보다 지혜로운 4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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