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학교 장애 학생들은 말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학생들이 먼저 얘기해야 알 수 있어요.” “건축 당시 법적 기준이 그래서 어쩔 수 없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개선하기 힘들어요.” 대학 4년간 개처럼, 그러나 얌전하게 짖으면서 내가 들었던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왜 하지 않느냐고, 말을 하면 들어줄 수 없다는 대답 속에서 나는 천천히 죽어 갔다. 서울대에서 장애인이 불편함을 겪는다는 문제의식은 동의를 얻지만, 그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한국 사회에서 그렇듯 서울대에서도 장애인은 가장 타자화된 집단 중 하나다. 장애인은 본질적으로 몸 또는 정신이 ‘불편’하므로 ‘배려’해 주면 된다는 시혜적인 시선이 팽배하지만, 정작 나는 휠체어를 탄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대학과 씨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애학생지원센터 등 기존 부서의 권한을 강화함과 함께 장애인권위원회와 같이 장애 학생 중심의 새로운 기구의 조직이 필요하다.

장애 학생은 개인이 대학을 향해 문제 제기부터 해결까지 도맡아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를 조직화된 단체의 역할로 넘겨 장기적인 의제로 이끌어 가야 한다. 현 제도 중 의견을 수렴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인 장애학생간담회에서 불편 사항을 제기하고자, 나는 개선을 요청할 시설의 사진을 찍고, 문서를 작성하고, 메일을 보내고, 회의에 앉아 근거를 피력하고, 개선책을 제안한 다음, 간담회 이후 학교 측 직원분과 그 시설을 함께 방문하여 조사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피드백을 길게는 몇 년씩 기다린다. 비장애 학생은 당연하게 지나가는 출입문 ‘따위’를 통과하기 위해 장애 학생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고서도 “자동문을 개방하면 겨울철 춥다는 민원이 들어와 개방할 수 없다”라는 식의 답변을 받는다.

조직화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학내 기존 단체가 장애 학생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기존 단체의 변화 및 새로운 기구의 설치가 필요한 이유다.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회 선본의 성향이 어떻든 장애 관련 공약은 늘 언제나 비슷해 장애 학생의 요구를 진정으로 반영한다고 여기기 어렵다. 특정 시설에 국한한 ‘배리어프리’를 내세우는 공허한 구호가 반복될 뿐이다. 2018년의 장애학생간담회에서 총학생회측 파견인은 이전에 공약으로 내세웠던 등록금 감면 문제 외에는 의견을 내지 않은 채 침묵했다.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는 성폭력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장애학생지원센터도 소속이 학생처 내의 장학복지과 담당에 그치기 때문에 그 권한의 폭에 제약이 크다. 총장 산하에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장애인권위원회가 있는 대구대, 학내에 장애인권위원회가 마련되어 있는 연세대, 고려대의 선례를 참고한 변화가 필요하다. 덧붙여, 장애인권동아리 ‘With:D’(구 ‘턴투에이블’)는 전문성을 갖춘 권익 옹호 단체로 자주 오해받지만, 개개인이 친목·학술 활동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모인 동아리다.

서울대에 장애인의 자리는 있는가?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비장애인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납득시키지 못할까 봐 압박감을 느낀다. 장애인의 자리가 없는 공동체에서 장애인은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집단의 대표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서울대에 장애인이 있다. 비장애 구성원과 똑같은 한 자리를 차지할 우리는, 의자 또는 휠체어에 앉아서, 아주 오랫동안 있었고 오래도록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비용’과 ‘효율성’보다 장애 학생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함께 외칠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 학생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시스템이, 제도가 필요하다.

 

안소연

국사학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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