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홍(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길홍(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의 삶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변화에 대해 사회, 경제, 국제 관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전망을 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의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사람들 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람들이 도시보다는 전원 지역을 선호할 것이고, 재택근무나 탄력 근무 시간제를 수용하는 경향이 이런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답답한 대도시를 떠나 중소 도시나 자연 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 계속 오르기만 하던 뉴욕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코로나19는 탈(脫)대도시화를 가져올 것인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도시는 재난이나 전염병 등 여러 가지 위기를 겪어 왔는데 특히 콜레라나 스페인 독감이 유럽에 창궐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와 도시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파리를 비롯한 유럽 도시들은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위기를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기회로 활용해 왔다. 상하수도를 구축하거나 재정비하고, 도심 공원을 설치하거나 확대하고, 주택의 구조 기준을 채광과 환기가 잘 되도록 개선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도시 모습의 토대를 형성해 온 것이다.

우리 대부분이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 별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교통과 통신 인프라, 일자리, 정보와 지식 교류 기회, 네트워크, 쇼핑 경험, 엔터테인먼트, 병원, 교육기회,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편익이 제공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실제로 부대끼고, 같이 일하고, 경쟁하면서 서로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혁신해 나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기술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도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래의 도시는 도시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대량생산에 기반하는 종래의 산업체제에서는 대규모 인프라를 먼저 건설해서 산업 공단이나 사무실 빌딩, 주택 및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일할 사람들이 모이는 식으로 도시 개발이 계획됐다면, 이제는 순서가 뒤바뀌어서 하드웨어 인프라가 아니라 인재의 수준이 도시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최고의 인재들, 특히 새로운 기술 사회에 필요한 고급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인재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그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게 되고, 이에 맞는 인프라 서비스가 선순환적으로 제공되는 식으로 도시 개발 패턴이 바뀌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 도시는 쇠퇴하기보다는, 오히려 위생 환경, 기술 변화, 그리고 기후 변화 및 재난 대응 등을 반영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더욱더 진화해 나갈 것이다. 미래 도시의 모습은 어느 순간에 돌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구성원들이 오늘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도시의 변화에 대한 담론과 상상력이 아닐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