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금) 학생처 주최로 열린 ‘서울대학교 인권 공청회’에서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을 놓고 학내 구성원 간의 열띤 토론이 열렸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교수자, 인권센터, 학부생, 대학원생이 함께 연구해 만든 인권헌장은 ‘모든 개인의 존엄성 보장을 목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권 보호와 존중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 인권헌장 연구책임자인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인권헌장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규범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규범과 국내법상 통용되는 인권 규범을 수용해, 그것을 서울대 맥락에 맞도록 구체화해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서는 인권헌장 제3조 ‘차별금지와 평등권’의 1항인 ‘서울대 구성원은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출신 지역과 학교, 연령, 종교, 임신과 출산,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이라는 차별 금지 항목이 인권헌장에 포함된 것은 온당하다는 주장과, 해당 항목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인권헌장 제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인권헌장 제정에 제동을 거는 이런 공개적 반발은 기독교 성향을 띤 학내 보수 단체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진인서)를 중심으로 촉발됐다. 지난 7일 학내 게시판에 성명서를 낸 진인서는 동성애의 선천성을 부정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인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차별 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혐오 발언으로 낙인찍으며 제재를 가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12일“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차별 금지 사유로 제정될 시 탈동성애자들의 발언은 혐오 표현으로 규정된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또 냈다. 

성소수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의 주체임에도 진인서는 “동성애 문제로 고통 받는 친구들을 올바르게 사랑”하자고 호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했다. 게다가 ‘동성애 문제’가 “전통적인 남녀와 가족 개념의 해체를 초래하는 무모한 실험”이라 낙인찍음으로써 혐오 표현의 양상마저 드러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 표현을 ‘특정한 속성을 이유로 그러한 속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다고 부추기는 말이나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공청회 자리에서 인권헌장 제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한 교수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 금지 항목으로 규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지우 교수가 강조했듯이 “구성원의 권리 주장이 다른 구성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인권헌장은 이런 모든 판단을 대체하는 매뉴얼이 아니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어떤 사안을 가정해 인권헌장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2020년 서울대에서 성소수자 차별 문제가 보편적 인권 보장 논의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관련 규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학내 구성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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